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타진요'라는 원희룡 장관
[이경태, 남소연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야당 의원들이) 지금 넉 달째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서 외압에 의해 특혜 (노선) 변경을 했다고 주장하시는데 근거가 단 하나도 나온 게 없다. 계속 지엽적인 사안에 대해서, 실무자들의 그런 사안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건 '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끝난 노선 종점을 갑자기 변경해 대통령 처가 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과 관련한 야당 측의 사과 요구를 거부하면서 한 말이다.
여러 입증 자료를 내놨음에도 가수 타블로씨의 학력 위조 의혹을 거듭 제기했던 일명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건과 같이 야당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정치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원희룡, 날파리 선동이라더니 '용역사의 주도'라는 무책임한 궤변 중"
더불어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원희룡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번 국감을 통해서 윤석열 정부의 도로 사업 난맥상이 심각한 상황임이 드러났고 근본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걸 공유했다"면서 "국토부와 용역사는 합리적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대통령 처가 땅 인근으로 무리하게 종점 변경을 추진해 왔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과 위증, 심지어 공문서 변조까지 저지른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업계획서 일부를 삭제하기 위해 공문서 변조를 지시한 국토부, 과업계획서에 지표 및 지질조사가 포함돼 있음에도 타당성조사단계에서는 하지 않는다고 위증한 용역사, 남한강휴게소 운영에 대한 도로공사의 특혜성 사업자 선정 의혹 등이 구체적 사례"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 조치와 남한강휴게소 운영권 특혜 의혹에 대한 도로공사 대상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최 의원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늘만큼은 원희룡 장관의 사과를 반드시 받고 국감을 진행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국토부 장관은 충격적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선언에 이어서 무리한 종점 변경이 발주기관인 국토부, 윤석열 정부의 실세 국회의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군수가 있는 양평군 등의 지시, 요구, 압력으로 이뤄진 과정이 드러났음에도 용역사가 모든 걸 주도했다는 식의 무책임한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야당의 정당한 의혹 제기를 '날파리 선동'으로 비하했고 거듭된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대국민 기만으로 끝난 거짓말 자료 공개, 오락가락 해명의 연속, 국감 직전 엉터리 B/C 기습 발표로 국회를 일관되게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해 '지엽적인 실무자들의 문제'라면서 사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 그는 "그걸로 끝이냐"는 김민기 국토위원장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또 "'타블로'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도 "찾아보시라"면서 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타진요가 무슨 뜻이냐" 위원장 질문에 "찾아보세요" 답변
원 장관의 이러한 태도에 김 위원장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원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야당의 날파리 선동 때문이라고 했고 날파리 선동만 중단하면 곧바로 공사를 재개한다고 했다"며 "그런데 내년 예산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123억 원이 편성돼 있다. 그러면 야당의 날파리 선동은 끝났다고 보는 것이냐"고 물었다.
원 장관은 "예산은 지난 5월 기재부에 저희가 신청했던 것"이라며 "의혹의 근거가 없다는 게 밝혀지고 타당한 노선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지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국토부의) 입장을 전제로 하고 기재부에서 (5월에 신청했던) 예산안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야당의 날파리 선동과 관련 예산 편성은 전혀 상충된다는 생각은 아니신 것 같다"면서 "(그런데) 이 문제의 핵심은 처음부터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면 될 일을 두고 장관이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일이 커진 것이다. 그래서 야당을 무시하지 말고 국민 앞에서 설명을 조목조목 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과는 이미 여러 차례 요청한 바 있다. 사과하실 생각이 없음 하지 마시라"며 "그러나 (장관이) 사과하시는 게 원 장관이나 현 정권에 유익할 것 같아서 사과하셨음 좋겠단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하지 마시라"고 쏘아붙였다.
김 위원장은 "(제가) '타진요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는데 '찾아보세요'라고 하셨지?"라며 원 장관의 답변 태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원 장관이 이에 "제가 자세히 설명드리는 게 회의 진행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해명하자, 김 위원장은 "위원장에 말에 장관이 저잣거리에서 누가 길 물어볼 때 답하듯 '찾아보세요'라고 하는 게 답변이냐"며 "매우 적절치 않고 오만하다. 오만하고 거만하다"고 질책했다. 이어 "답변 태도를 오늘 지켜보겠다. 마지막 경고다"며 "답변 태도 똑바로 하시고 목소리 크게 마이크 당겨서 답변 잘 하시라. 사과는 안 하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원 장관의 답변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야당 입장에서는 사업 백지화 등 분란을 일으킨 데 대해 장관에게 사과 요구를 할 수 있다"며 "거기에다 '타진요'라고 답하는 것은 장관이 국회에서 할 답변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피고와 원고가 바뀐 것 같다. (원 장관은) 양평 고속도로 관련해 부정한 사실과 결탁이 되면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저는 '나는 관여한 바 없다'는 답변으로 계속 들린다"며 "누가 왜 (노선 변경을 했는지) 밝혀야 할 책임은 야당 의원들이 아니라 장관에게 있다.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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