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보고 있다” 절대권력 비판…리커창 마지막길 '붉은 촛불' 애도

박성훈, 오욱진 2023. 10. 27. 12: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10월 27일 오전 0시 10분 별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커창(李克强)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별세 소식이 27일 오전 8시(현지시간)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공개됐다. 향년 68세인 리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서거를 중국 국민들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웨이보(微博)에선 발표 2시간 만에 관련 뉴스 조회 수가 10억 5천만 회를 기록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리커창 전 총리 별세 소식이 2시간 만에 10억 50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중국 웨이보 캡처

시민들은 “너무 갑작스럽고 정말 충격적”, “집 기둥이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 너무 슬퍼서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며 리 전 총리의 서거를 애도하는 글을 실시간 올리고 있다. “소박하고 가식 없는 총리”, “끝까지 국민을 사랑했던 총리, 평안히 쉬시라”, “우리는 당신을 그리워할 것” 등 그의 과거 행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중국 CCTV 보도에 달린 4만여 개의 댓글에는 ‘붉은 촛불’과 ‘인민의 훌륭한 총리’라는 글이 이어졌다.

리커창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은 인민일보(상단) 홈페이지 우측 상단에, 뉴스포털사이트 바이두(하단)에선 13번째 뉴스로 링크됐다. 사진 중국 인민망, 바이두 캡처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에선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진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의 메인 화면에는 ‘리커창 동지 별세’ 기사가 화면 우측 상단에 올라왔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의 뉴스 창에선 관련 기사가 13번째로 링크됐다. 현재까지 공식 보도는 “리 전 총리가 상하이에 머물던 중 지난 26일 갑작스러운 심장마비가 왔고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27일 0시 10분 사망했다. 추후 부고가 발표될 것”이란 내용이 전부다.

리 전 총리는 지난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1차 회의에서 마지막 정부 업무보고를 한 뒤 10년간의 총리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재임 기간 중국 서열 2인자로서 절대 권력을 향해 여러 차례 쓴소리하며 소신 행보를 보였다.

리커창 전 총리는 10월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퇴임 사흘 전인 3월 2일 국무원 판공청 직원 800여 명에게 리 전 총리는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天在看)고들 말한다”며 “국무원 동지들이 지난 기간 노고가 많았고 헌신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격려한 측면도 있겠지만 절대 권력을 장악하게 된 중국 최고 지도부의 독주에 대해 쓴소리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SNS에선 “퇴임하면서 남긴 의미심장한 발언”, “누구를 두고 말하는 것이냐”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2022년 5월엔 “방역 지상주의가 경제를 망쳐선 안 된다”며 시진핑 주석이 최대 치적으로 삼아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직격했고 2020년 전인대 기자회견에선 “6억 명의 월수입이 1천 위안(18만원)에 불과하다”는 발언으로 탈빈곤사회 달성을 자찬했던 최고 지도부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지난 8월 31일 중국 간쑤성 둔황석굴에 방문한 리커창 전 총리. 건강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트위터(현 엑스ㆍX) 캡처

리 전 총리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공개된 건 지난 8월 31일이었다. SNS를 통해 중국 간쑤성(甘肅省) 둔황석굴을 방문한 영상이 외부에 노출됐는데 당시 리 전 총리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환호하며 “총리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그는 마스크 없이 시민들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가 뒤따르고 있었지만 중국 관영 매체에서 리 전 총리에 대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두 달이 채 안 돼 그는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심장 관련 지병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