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혈세 낭비 ODA…중단·부실·실패 ‘수두룩’

전진영 2023. 10.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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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과정에서 수원국의 문화나 역사, 현지 관료사회의 시스템 등을 고려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거나, 후속관리를 지적받은 사례가 수두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외공관은 무상원조 모니터링은 ▲정상이행(문제없음) ▲사업내용, 기획 및 성과 부실 ▲후속관리 필요 ▲기타 등 총 4가지로 분류한다.

전문가들은 각 부처가 가진 '섹터' 전문성만으로 ODA사업을 밀어붙이다보니 국민 혈세를 들여 하는 원조 사업이 부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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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실태분석[K원조 추적기]⑤
무상원조 1087건 중 26건 ‘부실’
4분의1은 ‘후속관리’ 필요
본지가 입수한 외교부 재외공관 ODA 사업 모니터링 세부자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개년 자료에는 사업명과 시행기관, 대상국가, 사업비 총액, 총 사업기간, 재외공관 모니터링 결과 등이 명시돼 있다.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과정에서 수원국의 문화나 역사, 현지 관료사회의 시스템 등을 고려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거나, 후속관리를 지적받은 사례가 수두룩한 것으로 확인됐다. 47개 기관(12개 지자체 포함 ·2023년 기준)이 다양한 사업을 파편적으로 하다보니 사업 기획부터 부실하거나 중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27일 본지가 외교부 정보공개청구와 국회 자료 요청을 통해 ‘재외공관 무상원조 모니터링(2018년부터 2022년까지)’ 5개년 자료의 세부내역을 입수한 결과 무상원조 사업 내용이나 기획, 성과가 부실했던 사업은 26건으로 집계됐다.

재외공관은 무상원조 모니터링은 ▲정상이행(문제없음) ▲사업내용, 기획 및 성과 부실 ▲후속관리 필요 ▲기타 등 총 4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사업내용 및 성과 부실 사례는 ODA사업의 효과가 미비하거나 성과가 미진한 경우를 뜻한다. 활용도가 없거나, 급기야 사업이 중단돼 실패할 때도 이 유형에 묶인다.

일례로 관세청이 키르기스스탄에서 2016년 7억3100만원을 들여 실시한 ‘개도국 관세행정 현대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업 부실’ 사례로 지적받았다. 키르기스스탄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으로 우리 관세 시스템을 자체 도입할 수 없는 국가다. 시스템 수출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재외공관으로부터 받았다.

본지가 입수한 재외공관 ODA 사업 모니터링 세부자료. ‘사업 기획 및 내용 부실’ 사례들만 모아 유형과 부처, 모니터링 결과를 정리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1~2015년 시행한 30억원 규모의 ‘베트남 채소 계약재배 시범단지 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외교부 재외공관은 “당초 계획한 5개 생산작물이 판로 미확보, 현지 토양 미적응 등으로 현재 재배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부가 2016~2020년 진행한 7억원 단위의 ‘파라과이 국가표준 인증제도 선진화 지원’ 사업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파라과이 측 대선 이후 수원기관 관계자 교체에 따른 인수인계 미비로 2019년 이후 사업이 중단돼서다.

전체 유형별로 보면 ‘후속 관리 필요’가 155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원국(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유지보수 등에 애로가 생기거나, 부품조달 어려움으로 가동이 중지되거나 수원국의 역량 부족, 기자재 수리를 해야할 경우 ‘후속 관리 필요’로 묶인다. ‘사업 내용 및 성과 부실’이 26건으로 조사됐다. 성과는 달성했으나 추진 과정에서 개선점이 있어 유사 사업 추진 시 참고 사항을 명시한 ‘기타’ 사업은 46건이다.

반복해서 ‘후속관리’ 지적받은 사업도 있었다. 교육부가 여러 수원국에서 실시하는 ‘솔라스쿨 활용 교육 지원 사업’은 9건이 후속 관리 필요 사업으로 분류돼 2018년·2021년·2022년 같은 비판을 받았다. 솔라스쿨은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수원국에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교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가나·르완다·케냐보츠나와·우간다 등 지역에서 기기 고장 및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사업엔 각각 1억~4억원 규모의 예산이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부처가 가진 ‘섹터’ 전문성만으로 ODA사업을 밀어붙이다보니 국민 혈세를 들여 하는 원조 사업이 부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는 “ODA 시행 주체는 수원국 현지 실정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분야 전문성 뿐만 아니라, 지역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포그래픽 페이지■

태양광과 장작 - 베트남 반 라오콘 르포

(story.asiae.co.kr/vietnam)

원조 예산 쪼개기는 어떤 문제를 가져오나

(story.asiae.co.kr/ODA)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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