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토피아]"韓영향 제한적"이란 말만 반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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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오는 12월부터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한 흑연은 배터리(이차전지)의 핵심 광물 중 하나다.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를 예고하자 배터리업계에 불똥이 떨어졌다.
중국이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해 수출 규제에 나서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기자는 '갈륨은 반격에 불과하다'는 칼럼을 통해 다음 타깃은 배터리 핵심 광물, 그중에서도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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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더 큰 한방' 숨어있다는 것
미·중 무역갈등에 철저한 준비 필요
중국이 오는 12월부터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한 흑연은 배터리(이차전지)의 핵심 광물 중 하나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크게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흑연은 이 중 음극재 재료로 쓰인다.
이차전지에서 흑연의 역할은 리튬이온만큼 중요하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에서 빠져나온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다. 흑연은 탄소 원자 6개가 격자 모양으로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이 이 층간구조에 삽입된다. 방전할 때는 이 역반응(탈리)이 일어난다. 이 삽입과 탈리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리튬이온배터리의 기본 원리다.
흑연을 음극 소재로 사용하면서 현재 리튬이온배터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흑연을 대체할 만한 소재도 마땅치 않다. 실리콘이 대체 물질로 연구되고 있지만 스웰링(팽창) 현상을 해결하지 못해 순수 실리콘만 쓰지 못하고 흑연과 함께 사용한다.
흑연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한 것은 흔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정제 및 제련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도 발생한다. 채산성이 떨어지는 데다 환경 이슈까지 겹치자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점차 흑연 생산을 줄여나갔다. 우리나라도 1930년에는 세계 1위 흑연 생산국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흑연의 93.7%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선진국이 포기한 흑연 정제 사업에 나선 중국은 전 세계 흑연 공급망을 장악해 나갔다. 중국은 일찌감치 광물의 중요성을 인식해 1991년에 국가광물자원법을 제정해 주요 광물을 보호광종으로 지정했다. 2016년 11월에 발표한 전략광물자원 24종에는 이미 흑연이 포함돼 있었다.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를 예고하자 배터리업계에 불똥이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회의에 나섰다.
중국이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해 수출 규제에 나서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중국은 지난 7월 반도체 등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기자는 ‘갈륨은 반격에 불과하다’는 칼럼을 통해 다음 타깃은 배터리 핵심 광물, 그중에서도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이 수많은 광물 중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첫 번째 수출통제 품목으로 택한 것은 ‘맛보기’였을 뿐이다. 상대방이 ‘잽’을 날렸는데 "하나도 안 아프네"라고 대응한다면 다음은 더 큰 한 방이 날아온다. 우려되는 대목은 흑연이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흑연은 시간이 소요될 뿐 대체 생산지를 찾으면 된다. 중국은 진짜 무기는 따로 숨겨 놓고 있을 것이다.
중국의 수출통제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 비롯됐다. 최근 미국은 중국에 대해 추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체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동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정상 회담 전 미국과 중국이 누가 센지 서로 힘자랑을 한 것이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유탄을 맞았다. 미·중 양국이 화해 모드로 돌아선다면 다행이지만 갈등이 깊어진다면 그 다음이 진짜 문제다. "한국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말만 되풀이 말고 진짜 싸움에 대비할 때다.
강희종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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