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땅에 떨어진 자본시장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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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의 악재가 몰려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지면서 국내 증시가 '검은 목요일'을 맞은 이날 신뢰 추락이란 리스크까지 곁들여졌다.
미국의 장기 긴축에 따른 고금리·고환율,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증시가 맥을 못추는 상황에서 시장의 신뢰를 좀먹는 일까지 잇따라 벌어진 것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 국내에 상장된 외국 기업 A사의 대표이사(외국인) 등을 자사 주가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검찰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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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일벌백계 필요한 때
#1. 시세조종 의혹으로 지난 19일 거래정지됐던 영풍제지 매매가 26일부터 재개됐다. 영풍제지 주가는 장이 열리자마자 하한가로 직행했다. 장 마감 후 1860만주가 넘는 하한가 잔량이 쌓였다. 거래량은 5438주에 불과했다. 너도나도 어떻게든 팔겠다는 사람만 몰린 것이다.
#2.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26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 등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 2월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하고 대량 보유 보고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나라 안팎의 악재가 몰려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지면서 국내 증시가 ‘검은 목요일’을 맞은 이날 신뢰 추락이란 리스크까지 곁들여졌다. 미국의 장기 긴축에 따른 고금리·고환율,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증시가 맥을 못추는 상황에서 시장의 신뢰를 좀먹는 일까지 잇따라 벌어진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외국인들도 국내 증시에서 불법을 서슴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 국내에 상장된 외국 기업 A사의 대표이사(외국인) 등을 자사 주가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검찰에 통보했다. 이들은 유상증자를 성공시킬 목적으로 시세조종에 나섰다.
더 충격적인 발표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15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이 관행적으로 벌여온 불법 공매도 행위를 최초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기간에 걸쳐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나중에 빌리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았다. 이날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의 말처럼 1000만명에 이르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를 불신하고, 증시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데도 한국 시장을 우습게 봤는지 불법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 것이다. 헤지펀드 등이 주문할 때 발생한 단순한 실수나 착오 등이 대부분이었던 그간의 불법 공매도와 결이 달랐다.
특히 이들은 '적발되지 않을 것으로 여긴 것 같다'는 설명도 나왔다. 무척이나 대담하거나 국내 금융당국과 증시를 한 수 아래로 깔본 것이다. 영풍제지 작전세력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과 6월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 행위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공범 일부가 구속되기 전까지 주가조작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불법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지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물론 돈이 오가는 증시에서 일확천금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요즘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마약을 끊기 만큼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그런 만큼 이들을 일벌백계하는 사례를 남길 필요가 있다. 주가조작범 등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이른바 '패가 망신법'이 시행될 예정이고, 한국의 불법 공매도 규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그러나 적발과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 번이라도 주가를 조작하거나 불법 공매도를 저질러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이들은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금감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글로벌 IB와 관련해 "(불법 행위자가 외국인이거나 해외 법인 등이어서) 외국에 있다면, 끌고 와서라도 (국내법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수사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말잔치에 그쳐선 곤란하다. 추락한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특단의 조치를 기대한다.
남승률 증권자본시장부장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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