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송만 한다"는 쿠팡, 실상은 택배기사 '공짜 분류 노동'
[박현광 기자]
▲ 쿠팡 퀵플렉서가 쿠팡 배송캠프에서 배송 물품 분류작업을 직접 하고 있다. |
ⓒ 한준호 의원실 제공 |
쿠팡CLS가 택배기사 과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배송 물품 분류 작업'을 하청 택배기사(퀵플렉서)에게 떠넘기는 정황이 포착됐다. "분류가 완료된 물건을 배송만 하는 구조"라는 홍용준 쿠팡CLS 대표의 설명과 배치된다. 이에 쿠팡CLS가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해 합의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관련기사: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 쿠팡CLS 대표에 쏟아진 질타 https://omn.kr/266eh).
▲ 퀵플렉서가 쿠팡 배송캠프에서 배송 물품을 직접 분류하는 영상 퀵플렉서가 쿠팡 배송캠프에서 배송 물품을 직접 분류하고 있다. 분류작업을 배송기사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쿠팡의 입장과 배치된다. ⓒ 한준호 의원실 제공 |
<오마이뉴스>와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영상 자료를 보면, 퀵플렉서(쿠팡을 원청으로 하는 택배기사)가 쿠팡 배송캠프에서 배송할 물품을 직접 분류하고 있다.
영상에 등장한 두 퀵플렉서는 배송 물품으로 가득 찬 롤테이너에서 자신이 맡은 구역에 해당하는 물품을 선별해서 미리 준비해 둔 빈 롤테이너에 각자 옮겨 담는다. 한 퀵플렉서가 "딱 보니까 (저 물품은) 내 거네"라며 챙긴 뒤 "이거 형 거"라며 다른 물품을 동료 퀵플렉서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이들은 물품을 배송 차량에 싣기까지 26분 이상 분류 작업을 지속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5월 한 수도권 배송 캠프에서 찍힌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은 과거 물품 분류 작업 인원(헬퍼)을 배송 캠프에 투입해 배송 물품을 구역별로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4월 전후로 배송 물품을 '통소분'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울산 동구 화정동이 4개 구역(A, B, C, D)으로 나뉜다고 했을 때 과거 4개 구역에 맡게 각각 소분되던 것이 최근 들어 '화정동'으로 통소분 된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퀵플렉서는 자신이 맡은 구역(A, B, C, D 중 하나)의 물품을 찾아서 분류하는데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한 퀵플렉서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쿠팡이 지난 4월 중순쯤 '통소분'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통보했다"라며 "개인 차가 있겠지만 분류작업을 하는데 매일 아침 1~2시간씩 쓸 수밖에 없다. 하루에 기본 두 번 이상 출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홍용준 쿠팡 CLS 대표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원청에서 전가한 배송 물품 분류 작업은 2020~2021년 사이 2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 한 뒤 과로 유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게다가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노동자 입장에선 '공짜노동'을 원청에 제공하는 셈이었다.
이에 2020년 12월 결성된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아래 사회적 합의기구)'는 경제계와 협의를 거쳐 2021년 1월 '1차 택배기사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에 이어 2021년 6월 '2차 택배기사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를 타결했다. 당시 주요 합의 내용 가운데 하나가 '원청이 택배 분류작업을 책임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쿠팡은 이를 따르지 않고 사회적 합의기구에 동참하지도 않았다. 쿠팡은 2021년 12월 택배 사업자 면허를 취득한 뒤 2022년 초 물품 배송을 하청에 맡기는 '위탁 계약'을 시작했다. 직고용 체제에서 일반 택배회사에서 하는 원·하청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쿠팡은 그동안 사회적 합의기구에 들어가지 않는 근거 중 하나로 '배송 물품 분류 작업 인원 투입'을 꼽았다. 그러니까 분류 작업을 택배기사에 전가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기구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용준 쿠팡CLS 대표는 "사회적 합의기구에 (쿠팡이) 참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쿠팡 시스템은 모 회사인 쿠팡에서 판매한 물건들을 배송하는 구조"라며 "그러다 보니까 택배기사들이 분류가 완료된 물건을 배송만 하는 구조라서 (타 택배회사와) 구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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