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잘 늙어간다는 것 [D:PICK]

박정선 2023. 10. 2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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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늙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나이가 누적된다는 것이 아니다.

가수 김동률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자신의 음악, 목소리를 통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저보고 주제 파악하라고 하시는데 그 말 자체가 저에겐 너무 감사하고 벅차다. 팬데믹을 보내면서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게 됐다. 사소한 것들을 더 감사하게 됐다. 더 열심히 채찍질하겠다"는 김동률의 말에선 음악에 대한 겸손함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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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늙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나이가 누적된다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젊음의 활기찬 에너지도 물론 소중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뮤직팜

가수 김동률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자신의 음악, 목소리를 통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역대급으로 대중적인 세트리스트”라고 평했던 그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에선 김동률의 숱한 히트곡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김동률 스스로도 “플레이리스트에서 나오면 ‘스킵’했던 곡”이라고 말한, 흔한 말로 지겹도록 들은 곡들이 세트리스트에 대거 포진됐다. 대표적으로 ‘사랑한다는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취중진담’ ‘기억의 습작’ 등이 그 예다.

혈기 왕성했던 20대에 느낀 감정을 담은 이 노래들을 김동률은 활동 30년차인 지금, 여전히 녹슬지 않은 가창력으로 재현했다. 사실 김동률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당연히 예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공연 전 진부한 세트리스트가 될 거란 우려도 기우였다. 지금, 그러니까 1974년생으로 곧 50을 앞둔 김동률의 목소리로 듣는 과거의 히트곡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잘 쌓아온 세월이 그의 목소리에 녹아나면서다.

ⓒ뮤직팜

무엇보다 잘 만든 노래는 시간을 초월한다. 김동률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팬들이 과거에도, 그리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그 안에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더해 그의 콘서트에 기존 팬들은 물론 젊은 팬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것도 그 근거다.

무대, 음악에 대한 진중한 태도도 더 짙어졌다. ‘올림픽 가수’라고 불릴 정도로 콘서트를 자주 열진 않지만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공연을 보면 충분히 납득된다. 김동률의 말대로 모두 ‘트리플 악셀’급의 고난도 노래를 흔들림 없이 소화하는 것도, 수십인조 오케스트라와 완벽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것도 결코 짧은 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더해 여타 가수들이 ‘콘서트용’으로 뽑아내는 기존 곡의 편곡 버전과는 달리, 김동률이 콘서트에서 선보이는 편곡은 매번 기대를 뛰어넘는다.

“저보고 주제 파악하라고 하시는데 그 말 자체가 저에겐 너무 감사하고 벅차다. 팬데믹을 보내면서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게 됐다. 사소한 것들을 더 감사하게 됐다. 더 열심히 채찍질하겠다”는 김동률의 말에선 음악에 대한 겸손함도 엿보인다. 무려 6만석의 좌석을 순식간에 매진시키는 아티스트임에도 말이다.

1993년 MBC 대학가요제로 가요계에 발을 들이고, 1994년 전람회 1집으로 데뷔한 김동률은 내년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 30년이 되는 시간을 잘 쌓아왔던 터라 김동률의 이후 30년에 대한 의심은 전혀 없다. 얼마나 더 좋은 음악을,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와 믿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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