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이 조사하니, 비명 이원욱·윤영찬 졌다…이재명 향한 의심
“분열은 필패고 단결은 필승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전·현직 원내대표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단합’을 강조한 건 이달만 세 번째다. 그는 9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유세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자”고 말했고, 당무에 처음 복귀한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 않기를 바란다.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 대표가 진심으로 통합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이 대표의 강성 팬덤인 ‘개딸’과 친명 유튜버,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돌아가며 비명계를 때리는데, 지도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①유튜브·여론조사 선동
비명계에서 최근 가장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건 ‘지역구 타깃 여론조사’다. 유튜버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꽃’은 18~19일 경기 화성을 거주 성인남녀 51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화성을은 비명계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인데, 이 대표의 특보를 맡고 있는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가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 조사에선 진 전 이사의 직함을 ‘현 이재명 당대표 특보’로 호칭했다. 조사 결과 경기 화성을 차기 민주당 총선 후보로 진 전 이사(20.7%)가 이 의원(14.7%)보다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진석범 38.7%, 이원욱 13.4%’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여론조사꽃은 11~12일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중원에 대해서도 여론조사를 했는데, 친명계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14.6%)이 비명계 윤 의원(12.2%)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비명계는 “이런 여론조사를 유튜브에서 확대재생산하고, 지역에서 유포한다”(초선 의원)고 전했다. 구독자 85만명의 친명 성향 유튜브 채널 ‘새날’은 24일 이 여론조사를 공유하며 “민주당 지지층에서 진 특보가 압도적”이라고 주장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의도가 다분한 ‘저격 여론조사’로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중대한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조사업체 관계자도 “특정 지역구를 대상으로 외부 의뢰 없이 자체 조사를 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②‘개딸’의 지상전
오프라인에선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날 선 비난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엔 개별 의원에게 ‘욕설 문자’를 보내는 방식이었다면, 요즘 이들의 움직임은 선거 캠페인에 가깝다.
24일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 경기 화성을에는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매국노(비명계)를 처단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이 현수막에는 이상민·설훈·박광온·이원욱·김종민·박용진·송갑석·조응천·윤영찬 의원의 얼굴에 깨진 수박을 합성한 사진이 들어갔다. ‘수박’은 강성 당원들이 비명계를 비난하는 은어다.
앞서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경기 성남 중원)에도 ‘윤석열 대통령에 부역했다’, ‘이 대표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윤 의원은 20일 해당 현수막을 건 당원 A씨에 대해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징계를 청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서 “너무 부끄럽고 소름 끼칠 지경”이라며 “이 대표는 수수방관하고 있을 건가. 아니면 즐기고 있는 건가. 통합? 헛웃음이 난다”고 썼다.
③원외 친명의 자객공천
비명계 의원 지역구 곳곳마다 ‘친명’을 자처하는 원외 도전자가 속출하고 있다. 비명계 송갑석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갑에선 지난 15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강위원 당 대표 특보가 출판기념회를 열고 출마 준비를 마쳤다. 출판기념회에는 여론조사꽃 고문을 맡고 있는 박시영 전 윈지컨설팅코리아 대표가 참석했다.
이상민 의원의 지역구(대전 유성을)에는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혜숙 의원의 지역구(서울 광진갑)에는 대선 당시 영입된 이정헌 전 선대위 대변인이 경쟁 중이다. 이들이 모인 친명 원외 그룹 ‘더민주혁신회의’는 연일 성명을 통해 “물갈이 공천을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④미적거리는 친명 징계
조응천 의원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명계의 처지를 “도마 위의 생선”에 비유했다. 조 의원은 “생선이 도마 위에 누워서 언제 내려칠지 어떻게 알겠느냐. 지금 (지도부가) 하는 게 ‘이걸 칠까 말까, 칠까 말까’(하는 것)”이라며 “굉장히 포용하는 것처럼 하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고사(枯死·말려 죽이기) 작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친명계의) 체포동의안 부결 선동이 해당 행위인데, 선동한 의원들과 그에 동조한 개딸의 행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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