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전략적 모호, 이준석계는 먼저 탈당…창당 양동작전?
#. 지난 25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시절 ‘나는 국대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상근부대변인이 됐던 신인규 변호사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사의 첫 공식 탈당이었다. 지난해 이 전 대표 징계 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이 극대화될 때 ‘국민의힘 바로세우기(현 정바세)’를 만들어 이 전 대표 지지층을 끌어모았던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집권 여당을 노골적으로 사유화했다”고 비판하며 탈당했다. 신 변호사는 다음달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려 신당 창당에 나선다.
#. 같은 날 새벽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혁신위원 합류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천 위원장은 3·8 전당대회 당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한 축으로 대표 경선에 나섰던 대표적 이준석계 인사다. 그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하는 혁신위는 의미가 없다”며 혁신위원직을 고사했다.
‘이준석 신당설’이 정치권에 쫙 퍼진 상황에서 이준석계 인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뒤인 지난 16일 이 전 대표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걸 기점으로 국민의힘 중심부와의 원심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준석계가 탈당과 창당을 위한 밑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물론 당사자인 신 변호사와 천 위원장은 자신들의 행동과 이 전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지난 25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동지라고 같은 길만 가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의 창당 작업과 이준석 신당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원) 수락 여부를 결정함에 이 전 대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시 합류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일단 너무 가정적인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권에선 의구심을 품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운신이 자유로운 신 변호사가 신당을 먼저 만들어 일종의 플랫폼을 구현해 놓으면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이 전 대표가 얼마든지 올라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연말까지 신당 창당이든 무소속 출마든 정치적 진로를 결정짓겠다고 예고한 유승민 전 의원 역시 합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여권의 시선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나중에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주류와 더불어민주당 비명계를 접촉해 인물 중심의 신당을 창당한 뒤, 총선을 앞두고 신 변호사의 플랫폼 정당과 합당한다면 가장 시너지가 있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공개적으로 이준석 신당을 부추기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를 했다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며 “(국민의힘과) 딱 단절을 하고 본인 나름대로 자기 정치 등 어떻게 해서든지 내년에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사실상의 창당 권유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5일 “이준석 전 대표와 나름대로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 정당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신당) 가능성이 배제돼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부산·광주 등에서 이 전 대표와 토크콘서트를 할 예정인데, 뭐가 그리 두려운지 외압이 들어온다”고도 주장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도 신당설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1~2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7.7%가 ‘유승민·이준석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신당 등장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각각 4.3%포인트, 8.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부터 제3지대에서 움직인 금태섭·양향자 전 의원이 각각 발족한 신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대표 역시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6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조합’에서 “(민주당) 비명계가 분당해 3당 구도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옵션을 늘어 놓고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신당을 준비하고 있진 않지만,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한다면 비례신당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당분간 신당설 연기만 풍기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주변에선 “연말까지 여야의 선거제 협상 상황을 본 뒤 창당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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