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많았는데… 노래 배우고, 이젠 무대 즐겨요”

최예슬 2023. 10. 27. 04: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연구개(입천장 뒤쪽)를 이용해서 숨을 들이마셔 봐."

지난 2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다솜관광고 3층에서 이원영(38) 강사가 진행하는 '튠업음악교실'을 찾았다.

그는 CJ문화재단이 튠업음악교실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3년부터 강사로 참여했다.

강사는 CJ의 인디뮤지션 지원 사업인 '튠업' 뮤지션과 CJ음악장학생 중 지원자를 받아 선정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튠업음악교실 가보니
CJ문화재단 사회공헌사업
“음악으로 학생과 소통”
이원영 강사와 이루이양, 김아유미양이 26일 서울 종로구 다솜관광고에서 열린 튠업음악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연구개(입천장 뒤쪽)를 이용해서 숨을 들이마셔 봐.”

지난 2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다솜관광고 3층에서 이원영(38) 강사가 진행하는 ‘튠업음악교실’을 찾았다. 그는 수강 학생들에게 “등을 담기면서 숨을 들이마시라”며 호흡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직접 시범도 보였다. 김아유미(18)양과 이루이(16)양이 이를 따라 했다. 입술을 내민 채 노래를 부르는 연습법을 알려주자 김양은 따라 하면서 살짝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이 강사는 인디 밴드 블루파프리카의 보컬이다. 그는 CJ문화재단이 튠업음악교실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3년부터 강사로 참여했다. CJ는 “기업은 젊은이의 꿈지기가 돼야 한다”는 이재현 이사장의 사회공헌철학을 바탕으로 문화 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사는 CJ의 인디뮤지션 지원 사업인 ‘튠업’ 뮤지션과 CJ음악장학생 중 지원자를 받아 선정된다. 다솜관광고 외에도 나사로 청소년의 집, 꿈이룸학교 등 5곳에서 튠업음악교실이 열리고 있다.

함보영 강사가 다솜관광고 3학년 학생 이수연양과 수업하는 모습. 최현규 기자


위층에서는 함보영(30) 강사의 보컬 수업이 한창이었다. 함 강사도 국악 밴드 ‘고래야’의 보컬리스트다. 그는 2019년부터 튠업 강사로 활동 중이다. 함 강사는 부끄럼을 타거나 목소리가 작은 학생들에게 “더 크게!”라고 외치며 힘을 보태줬다. 이수연(18)양이 스탠딩 에그의 ‘뚝뚝뚝’을 부르며 무의식중에 짝다리를 하자 “바른 자세에서 좋은 소리가 나온다”며 자세를 고쳐줬다.

다솜관광고는 다문화학교다. 김아유미양과 이루이양은 우즈베키스탄에 살다가 각자 열두 살, 여덟 살에 한국으로 왔다. 몽골에서 태어난 이수연양은 여섯 살 때 왔다. 주 1회인 튠업음악교실은 학생들에게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원래 예고를 지망했다는 이루이양은 “보컬 학원에 다니고 싶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며 “고등학교에 와서 무료로 보컬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기뻤다”고 전했다.

음악은 사춘기 학생들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1학년 때만 해도 김양은 부끄러움이 많았다. 말을 할 때 친구들이 몇 번씩 되물을 정도로 목소리가 작았다. 노래를 배우면서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됐다. 튠업음악교실 학생들은 12월 말에 학교 친구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 김양은 이제 이 공연에 서서 무대를 즐길 정도가 됐다. 그는 “소심했던 성격이 조금 변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 강사는 “음악을 기반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건 즐거운 일”이라며 “음악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나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음악으로 이겨냈다”며 “음악을 통해 학생들이 뭔가에 몰두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춘기 학생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건 쉽지 않다. 함 강사는 “학기 초에는 비협조적인 학생을 만나는 일이 반복된다”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정이 들고, 연말 공연에서 뭐라도 하나 해내는 걸 보면 기쁘다”고 했다.

단순히 보컬 선생님을 넘어 이들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으로서 역할도 하고 있었다. 함 강사는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아이들의 성격과 감정이 보인다. 그걸 알아채 주면 기뻐한다”고 전했다. 이 강사는 “생각보다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귀 기울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