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고양이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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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휴가를 다녀왔다.
사랑은 '형용사'보다 '동사'에 가깝다.
사랑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응 옹을 보면서 조건 없이 무해한 사랑이 눈앞에 존재함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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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휴가를 다녀왔다. 올여름 휴가를 가지 못했는데 때마침 강원도 속초에 일이 생겼다. 날씨는 청명했고 바람은 쾌적했다. 먼바다의 ‘윤슬이 큐빅’을 잘게 빻아서 흩뿌린 듯 반짝였다. 완벽한 날씨였다. 친구는 내려온 김에 하루 더 묵고 가라고 했으나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고양이 때문이다.
나의 반려묘 ‘이응’은 올해로 열아홉 살이다. 앞에서 봐도 둥글고, 뒤에서 봐도 동그랗게 생겨서 이응이라 이름 붙여줬다. 2007년에 묘연을 맺었을 때 3살 정도였으니 사람 나이로 계산하면 아흔두 살쯤 되는 장수 묘다. 평소에 나는 이응 뒤에 노인 옹(翁)자를 붙여 ‘이응 옹’이라 부르곤 했다. 이응 옹 혼자 집에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화려한 조명을 받아 빛나는 대관람차와 눈앞에서 파랗게 달려오는 파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울로 핸들을 돌렸다. 사랑은 ‘형용사’보다 ‘동사’에 가깝다. 사랑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으며 비췻빛이 도는 눈동자를 보고 싶었다. 정수리에 코를 대고 구수한 누룽지 냄새를 맡고 싶었다. 누군가는 유난 떤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 16년을 함께 산 이응 옹은 가족이자 깊은 교감을 나눈 친구나 다름없다.
밤늦게 도착해 문을 열었을 때 이응 옹은 막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소파에서 느릿느릿 내려와 한 발씩 쭉 뻗으며 등을 길게 늘여 스트레칭을 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한 뒤 그제야 꼬리로 다리 사이를 스치며 나를 반겼다. 인간에게 반려동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이응 옹을 보면서 조건 없이 무해한 사랑이 눈앞에 존재함을 실감한다. 내게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차오르는 사랑이 있음에 감사한다. 그 소소한 일상이 더없이 애틋하다. 오늘도 이응 옹의 귀를 살짝 깨물며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이응 옹은 성가시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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