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한동훈 버금가는 윤석열의 ‘무부채’ 인사 [정기수 칼럼]

여당 공천 룰 수술하면 이재명 민주당 “경악”
특권 폐지와 정쟁 자제 기치 내걸어 “혁명”
지긋지긋한 운동권 정치 막 내려야 할 임무
내년 총선 승리 후 차기 대선도 유리한 고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명칭과 위원 인선 등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인요한은 윤석열이 한 인사 중 한동훈 다음으로 최고다.

대통령 인기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지지율조차 까먹어 온 데는 인물 발탁 문제가 가장 컸었다. 흘러간 인물 재활용 아니면 도덕성이나 능력 면에서 중하위 수준들이 아주 많았다.

우리나라에 특별 귀화한 미국인 출신이 얼마나 대단해서, 아직 리더십이 검증도 안 됐는데 과대평가 아니냐고? 의사 인요한 발탁에 흥분하는 이유는 한국 정치, 국회의원들이 수십 년 동안 보여 온 고질병이 너무 고약하고 뿌리 깊은데, 그것에 메스를 가할 명의로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그를 불러오라고 김기현에 직접 오더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창당 전문가’ 김한길이 추천했는지도, 그의 정계 개편 구상과 인(印) 발탁의 연관 관계도 무의미하다.

인요한은 이미 정치에 반쯤 발을 담그고 있던 사람이다. 얼굴도 신분도 외국인이어서 눈총을 받지 않았을 뿐이다. 박근혜 인수위 부위원장(국민대통합위)으로 참여했고, TV에 자주 나와 정치적 발언도 무수히 많이 해 왔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행위는 그 정도에 그쳤다. 실제로 정치는 한 적이 없으니 정치권에 진 빚도 없고, 국회의원(서울 서대문) 해보겠다는 생각도 버렸다고 했다. 그의 소신과 실천 의지를 믿는 이유다.

그가 올가을 들어 국민의힘 인재 영입 대상으로 확정된 것처럼 보도가 나올 무렵 강서구청장 보선 대패가 터졌다. 대통령과 여당이 KO 펀치를 맞고 비틀거렸다.

윤석열은 바빠졌고, 김기현은 망연자실해 있을 때 인요한의 인재 영입 카드가 혁신위원장 후보로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이와 같은 안에 결재했을 터이니 인요한은 윤석열의 인사라고 보는 것이다.

인요한은 정당 비대위원장 얘기가 나올 때마다 신문에 이름이 나오는 정치 거간꾼도 책사도 아니다. 30년 이상 병원과 학교에서 일한 전문 직업인이다. 4대째 대한민국에 이바지해 온 미국 개신교 집안 자손으로서 이 나라 역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안목과 주관이 뚜렷하다.

지난 주말에 나온 인터뷰를 보니 한국 현대사 주요 인물과 사건에 관한 그의 생각, 애정이 다소 나이브하고 편향적인 측면이 있긴 했다. 그러나 이것은 흠이 아니다. 그의 눈높이가 바로 일반 국민, 젊은 층과 중산층의 눈높이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박정희와 김대중을 존경한다고 했다. 호남에서 보수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의 피는 이민족의 것이다. 국민 통합과 정치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명의 후보로 손색이 없는 배경과 주관이다.

인요한에게 주어진 집권 여당 혁신위원장(가칭)의 최대 임무는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룰 혁명과 슬로건 설정, 즉 시대정신 제시다. 이 두 가지로 내년 4월 여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탈환해 지긋지긋한 586 운동권 정치, 국정 발목 잡기, 가짜 뉴스 선동의 막을 내리는 작업이 시작되어야만 한다.

그에게 전권이 주어졌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기현이 거짓으로 그런 말을 했다면 김기현만 죽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 대통령 윤석열, 나아가 대한민국이 다 죽게 된다.

윤석열이 그에게 전권을 주라고 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은 하나 마나 한 결과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기현은 따라서,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예측한 대로, 2선으로 물러앉게 되는 것이다.

인요한이 전권을 갖고 만들게 될 공천 룰의 핵심은 당 대표와 사무총장이 주물러 온 공천 권력을 빼앗는 것이다. 당원들이 뽑도록 하든 여론조사로 하든 그 절충형으로 하든 당 지도부 권한만 박탈하면 혁명은 성공한다.

이 방식으로 사실상 모든 예비 후보들이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가 되도록 해 의원들의 의정 활동이 충실해지고 새로운 피 수혈이 쉬워지게 할 수 있다. 지역구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하니 정쟁보다 정책 개발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다음은 어떤 시대정신을 총선 슬로건으로 내거느냐는 것이다. 인요한이 안고 있는 두 번째 사명이다. 그것은 국회의원 특권 전면 폐지다. 면책, 불체포 등 범죄자를 방탄시켜 주는 초법적 권리와 초대형 아파트 같은 사무실에 무려 9명에 이르는 보좌진을 국민 세금으로 대 주는 후진국형 제도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한다.

금배지 특권, 특혜가 세어 보니 186개에 이른다고 보수 전향 운동권 원로 장기표가 말했다. 인요한은 이 장기표를 당의 국회의원 특권 폐지 추진 전담 혁신위원으로 모셔 올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 하나만으로 지지율이 수직 상승, 내년 4월 제1당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다. 세계에 유례없다는 특권을 스스로 포기한 정당 출마자들에게 표를 더 안 준다면 그 국민들과 국가에는 희망이 없다.

인요한이 이 혁명에 성공하면 이재명의 방탄 민주당에서는 비명 소리가 하늘을 진동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범법 혐의자 보호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이유가 공천 때문인데, 여당이 그 권한을 당 대표가 갖지 못하게 해 버릴 경우 야당은 뭐가 되겠는가?

그 룰 개정에 안 따라올 수가 없다. 민주당은 패닉 상태로 빠지게 돼 고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고도 또다시 586 운동권, 가짜 뉴스 선동꾼들 일색으로 후보 진용이 차려지게 된다면 새 시대를 염원하는 유권자들에 의해 강서 보선 같은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인요한의 성공은 여당의 총선 승리와 차기 대선의 유리한 고지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치판 혁신이다. 이 위대한 임무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

정치권에 진 빚이 없는 윤석열이 그 또한 빚이 없는 인요한을 집권당과 국가 정치 수술대로 불렀다. 이 무부채(無負債) 인사의 성적표가 나라 명운을 가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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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