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기회비용의 계절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어,/ 나는 둘 다 가지 못하고/ 하나의 길만 걷는 것 아쉬워.’ 가을이면 더 애송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중 앞부분이다.
사람은 선택을 피할 수 없다. 두 갈래 길 앞에 선 시인처럼 고민한다. 경제에서는 하나를 택할 때 포기해야 하는 가장 큰 가치를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자기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다니는 직장을 그만둠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소득이 창업의 기회비용이다. 프로스트에게 기회비용은 가지 않은 길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세운다. 처맞기 전까지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던진 묵직한 경구다. 내 사업을 시작하는 결단은 ‘기회비용인 기존 소득보다 많이 벌 수 있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그 계획은 개업하자마자 깨지는 경우가 많다. 기회비용보다 더 벌기는커녕 돈을 까먹기도 한다. 일단 내 사업을 시작했다면 기회비용을 따지는 ‘심리적 회계’는 잊는 편이 낫다. 그보다는 ‘지금 여기’에 전념하며 축적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한편 일부 설명은 기회비용 개념을 둘러싼 혼동을 일으킨다. 그런 설명은 예컨대 이렇게 예시한다.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드는 비용을 파악하면 실제로 지출된 경비 2억5000만원에 직장을 그만둠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소득 6000만원을 더한 3억1000만원이 된다(이준구·이창용, 『경제학원론』)’. 이는 정합성에 위배되는데, ‘기회비용=실제 경비+기회비용’이 되어서다. 또 별개인 두 회계단위에 있고 범주가 다른 두 금액을 더하는 오류를 안고 있다.
돌아보고 평가하는 계절이다. 동시에 다가올 시즌을 계획하는 때다. 계획은 종종 빗나간다. 그러나 실적이 계획을 웃도는 결과도 나온다. 이번에는 그런 계획을 짜고 실행해보자.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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