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화·쇄신 기대 못 미친 ‘인요한 혁신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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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혁신위 13명 확정…친윤계 ‘돌려막기’ 비판도
공천 개혁 주도하려면 위원들 먼저 불출마 선언해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어제 인요한 위원장을 포함해 13명의 인적 구성을 발표했다. 그중 여성(7명)과 2040세대(8명)가 각각 과반이다. 인 위원장은 “젊은 층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쓴 약을 조제해 (국민이)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면면을 보면 적잖이 실망스럽다. 당 안팎에선 ‘돌려막기 인사’란 비판도 나온다. 이대로 혁신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치인으론 현역인 박성중 의원과 김경진·오신환 전 의원이 합류했다. 박 의원은 범친윤계 전투적 강성 인물로 손꼽히며 서초을 3선 도전이 거론된다. 두 전직 의원은 각각 동대문을·광진을 당협위원장이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이준석계 허은아 의원과 지역구를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여성은 정선화 전주병 당협위원장, 이소희 세종시의원, 이젬마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 최안나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송희 전 대구MBC 앵커가 포함됐다. 그리고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박우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학생회장까지 여성과 청년, 직종 등 형식적으론 두루 구색을 갖췄다.
그러나 인선을 주도했다는 인 위원장은 과감하게 쓴소리할 이준석계나 유승민계는 한 명도 품지 못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 윤희숙 전 의원 등이 잇따라 고사한 때문이다. 혁신의 동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탓이 컸다. 정작 인 위원장 자신이 주창한 통합과도 거리가 멀다. 대신 그 자리에 오히려 매사 강경 일변도여서 혁신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까지 등장했다. 오만과 독선이라는 여당의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을지 의문인 인선이다. 정치권 밖 위원들도 “신선한 사람도 들어갔네”라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누군지 잘 모르겠네”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뿐이다.
혁신위는 쇄신을 꾀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수습하고 수도권·중도층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 안정적 의석을 확보해 국정 개혁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 핵심은 대통령·여당 간 수직적 상하 관계를 수평적 소통·협력 관계로 돌려놓는 일이다. 이게 독단적·일방적 국정 운영 기조의 전환과 경쟁력 있는 열린 공천의 전제다.
이제라도 혁신위의 권한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얘기하겠다고 큰소리만 치기보다 진짜 할 말을 하고, 혁신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전권은 당 대표가 부여하는 게 아니라 혁신위원장이 쟁취하는 것”(홍준표 대구시장)이라는 경고도 유념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당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주도하려면 혁신위원들 자신의 총선 출마 포기 선언도 필요하다. 그런 결연함이 없다면 숱한 실패의 전철만 어른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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