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대미 압박카드…러 상원 ‘핵실험금지조약’ 철회안 통과

이유정 2023. 10.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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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핵 억제력 훈련을 참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상원에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안을 철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상원은 찬성 156표 대 반대 0표의 만장일치로 CTBT 비준안 철회를 가결했다. 앞서 하원인 두마도 지난 18일 만장일치로 같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놓게 됐다.

CTBT는 1996년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국제 핵 비확산 체제의 여러 안전장치 가운데 하나로 마련됐다. 지상·수중·지하 등 모든 곳에서 모든 주체에 의한 핵폭발 실험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핵 보유 5개국(미·러·영국·프랑스·중국)을 비롯해 원자력 발전 기술 등을 보유한 44개국이 서명·비준까지 마쳐야 발효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44개국 중 한국(1999년)과 러시아(2000년)를 비롯한 36개국 외에 미국·중국·인도 등 8개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북한도 44개국에 들어 있지만, 서명과 비준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에 비준을 압박해왔다. 그랬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비준안 철회’ 카드를 뽑아 든 셈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같은 ‘극약 처방’에 비해선 저강도 시위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올 초 푸틴 대통령이 미·러의 핵무기 통제 체제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러시아가 또다시 비확산 기조에서 이탈하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다만 러시아는 이번 철회는 CTBT 비준을 하지 않은 미국에 상응하는 차원일 뿐 핵실험을 먼저 재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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