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지상전 준비” 연설 뒤…탱크·보병, 가자 급습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 내에 탱크 등으로 급습한 뒤 철수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TV 연설을 한 지 몇 시간 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음 단계 전투를 위한 준비로서 가자 북부에서 작전을 벌였다”면서 밤사이 가자지구 내에 병력을 진입시켰다고 확인했다. 군은 “탱크와 보병이 다수의 테러분자와 사회기반시설, 대전차 미사일 발사 진지를 표적 공격했다”면서 “병사들은 임무를 마치고 해당 지역에서 나와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군이 X에 공개한 1분짜리 영상에는 탱크 여러 대가 이동하는 모습, 포격을 가한 뒤 도시 외곽 표적이 폭발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다음 단계 전투’ 언급과 관련, “전면적인 지상 공격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매체는 “이번 공격은 하마스의 방어 태세를 파악하기 위한 정찰·탐색 성격을 띤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급습이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실시된 비슷한 방식의 가자 침투작전 중 최대 규모였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킨 이스라엘군은 지난 22일부터 산발적으로 제한적 지상 작전을 벌여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지상군) 투입 시점은 전시내각의 만장일치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가자지구 민간인은 남부로 이동하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 대피 시한을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할 방침이다. 네타냐후는 또 “모든 하마스 대원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며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 수천 명을 사살했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시민들이 무기를 들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10월 6일(하마스의 기습 전날)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는 하마스가 더는 이스라엘에 테러 공격을 가하고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는 민간인 뒤에 숨어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에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면서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전쟁법에 따라 작전을 수행할 필요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기가 끝나면 다음 단계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잡힌 인질 구출을 위해 네타냐후에게 가자지구 지상군 침공 연기를 요청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요청한 것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출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상군 진입 시 인질이 위협받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는 “문제는 그들을 구출할 방법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라며 “구출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남부 네게브사막에 가자지구 축소판을 만들어 지상전 훈련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리틀 가자’로 불리는 이곳은 지상전을 대비한 모의 훈련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8층 건물, 학교, 지하 통로, 시장 등 600개 구조물을 구현해 놓았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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