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일본 강타, ‘칸코쿠 스타일’ 스고이~ [스페셜리포트]
장면 1. 10월 17일 저녁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월앤월(WALL&WALL) 일대는 몰려드는 인파로 한때 길거리가 마비가 됐다. 300여명 넘는 일본 현지 유명 배우, 인플루언서들이 한 브랜드 출시 행사에 집결했기 때문이다. 혼다 히토미, 요코타 마유, 나카마치 아야, 미유(반반자이) 등 100만명 이상 폴로어를 보유한 셀럽(유명 인사)도 속속 소셜미디어(SNS)에 이 소식을 알렸다.
화제의 브랜드는 마뗑킴. 김다인 대표가 2015년 30만원으로 창업한 후 6년 만에 매출액 500억원 돌파했는가 하면 ‘더현대 서울’에서는 유수 브랜드를 제치고 패션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브랜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사이에서 꼭 득템해야 하는 브랜드로도 인기가 높다. 이번 일본 현지 팝업 행사는 ‘일본서 통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행사를 주관한 최한우 MXN재팬 대표는 “마뗑킴이 온다 하자 수많은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잘 아는 브랜드라면서 파티 초청을 오히려 거꾸로 요청했을 정도”라며 “초대 인원 이상으로 많은 일본 패션 관계자들이 몰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160만 폴로어를 자랑하는 혼다 히토미가 본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마뗑킴 포스팅은 ‘좋아요’ 수가 5만을 넘겼다.
장면 2. 10월 10일 도쿄 오다이바 최대 전시장 중 하나인 빅사이트에서 엔데믹 이후 글로벌 패션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본 최대 패션 무역 전시회 ‘패션 월드 도쿄’가 열렸다. 기자가 방문한 날 유독 한 부스에 현지 바이어가 많이 몰렸다. K패션 브랜드관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패션허브 창업뜰’과 신세계백화점 B2B 해외 세일즈 플랫폼 ‘K패션82’가 함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엄선해 주관한 부스로 키셰리헤, 포셔드, 컨템포러리어카운츠, 바스락, 플림스 등 국내 브랜드 10곳이 참여했다.
이지혜 서울패션허브창업뜰 부장은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바이어부터 온라인몰, 라이브커머스, TV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 채널 담당자들이 K패션 브랜드 유치가 채널 활성화에 도움 된다며 수입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혀왔다”며 “일본 외에도 중국, 타이완, 러시아 등 해외 바이어 역시 안목 있는 일본 소비자가 소비하는 K패션 브랜드라면 충분히 다른 외국에서도 히트 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일본이 K패션의 ‘테스트베드’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의미다.
K패션이 일본 시장에서 점차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사재기, 매장 줄서기까지 빚어질 정도니 기지개 이상이다. 20년 전 ‘겨울연가’로 한때 한류가 난리였던 시절에도 K패션이 주목받던 때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지금 양상은 좀 다르다. 단순히 문화 콘텐츠 한두 개 성공해 그 덕에 후방 산업까지 조명받는 수준이 아니다. K패션 브랜드 자체를 일본 소비자가 발굴하고 직접 구매하러 한국까지 날아올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세련됐는데 구매도 쉬워
일본은 패션 강국이다. 유니클로(패스트리테일링그룹), 조조타운을 배출했는가 하면 60여개 브랜드를 보유한 ‘월드’ 등 매출 5조원 이상 되는 패션 대기업만 10개가 넘는다. 이런 시장에서 K패션 브랜드가 서서히 틈새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조짐은 이미 코로나19 시절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 쇼핑 플랫폼 라쿠텐그룹 산하 ‘라쿠마’가 2021년 1월 초 ‘어느 나라 패션이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나’라는 설문조사(10대 이상 여성 3896명, 남성 1228명 참여)를 진행했다. 이 중 일본 여성이 1위로 꼽은 나라가 한국이었다. 50대를 제외한 여성 전 연령층에서 한국을 1위로 선택했다. 특히 10세에서 20세 사이 청소년은 77.3%가 한국을 1위로 지목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K팝, K콘텐츠 영향력도 당연히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콘텐츠가 코로나 시절 맹위를 떨쳤는데 일본 가입자 상당수가 K콘텐츠를 즐겼다는 통계가 한두 개가 아니다. 이때 자연스레 노출된 다양한 K패션 브랜드가 결과적으로 ‘온라인 룩북(착장 예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후문이다.
K패션 자체 e커머스 역량도 무시 못 한다.
K패션 브랜드는 일찌감치 무신사, W컨셉 등을 통해 한국 온라인 소비자와 소통하며 성장했다. 이런 DNA가 아무래도 일본 현지 e커머스 회사나 플랫폼 대비 좀 더 경쟁력 있다는 논리가 있다. 김유영 동덕여대 일본어과 교수는 “K패션 브랜드는 다양한 모델을 쓰고 풍부한 착장 예시를 제시한다”며 “이는 일본 패션 e커머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K패션만의 특징으로 코로나 당시 e커머스에 눈을 뜬 일본 소비자가 점차 K패션 공식에 익숙해지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스타,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일본 소비자에게도 K패션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게 됐다. 신제품이 나오면 실시간으로 일본인 폴로어도 ‘좋아요’를 누를 정도. 이런 분위기가 K패션 브랜드를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인식하게 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조은지 KOTRA 도쿄무역관 마케팅팀장은 “K패션 브랜드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곳이 많은 반면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스트리트 패션, 애슬레저 등의 분야에서 신생 브랜드가 많이 등장하지 못했다. 그 틈새시장을 K패션이 공략하기 시작했다. 일본 현지 바이어는 K패션 선호 현상이 있다고 보고 일본에 통할 한국 브랜드를 섭외할 때 ‘얼마나 다르게, 또 얼마나 한국 디자인스럽게’ 제작됐느냐에 따라 높은 점수를 매길 정도”라고 말했다.
다양성 면에서도 K패션은 우위에 있다. 최한우 대표는 “일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에 입점돼 있는 패션 브랜드가 2000여개 정도인데 한국 플랫폼 입점 브랜드 수는 5500여개에 달한다”며 “오히려 선택의 폭에서 K패션이 많고 그만큼 다양한 일본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무역수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KOTR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일본 대상 의류 부문 무역수지는 1억7666만달러에 달한다. 올해 8월까지 누적 흑자도 8956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대일본 무역수지는 수십 년째 적자지만 의류 분야만큼은 흑자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과거와 다른 양상 무엇?
모바일에 눈뜬 일본, 손가락으로 주문
과거에도 K패션이 꾸준히 일본에서 인기를 끌기는 했다.
그런데 과거와 지금은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과거에는 동대문 패션 위주 대량 수출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K패션 하면 ‘가격이 합리적이다’ 등 주로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현지에서 인식됐다. 지금은 다르다. ‘브랜드’로 인정받으면서 ‘제값’을 받고 있다. 이는 일본 소비자 행동 변화와도 연관돼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서울 한남동 패션 거리. 유독 한 매장에 마스크를 쓴 외국인들이 명품 매장 쇼핑하듯 줄서서 대기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마르디메크르디’라는 브랜드 매장이었다. 면세점도 아닌 데다 거리 매장은 이곳이 유일했는데 코로나19 여파에 한국 들어오기가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방한한 일본인 상당수가 기어이 이곳에서 쇼핑한 후 돌아갔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2021년 152억원이었던 마르디메크르디 매출액은 지난해 47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 중 일본 관련 매출 비중이 4분의 1 정도 된다.
박화목 마르디메크르디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 때 국내외 소셜미디어 활동을 계속했는데 의외로 일본인 폴로어 반응이 뜨거웠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도 주말에 일본인 관광객이 매장 앞에 줄서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해부터 하늘길이 열리면서 지금은 일본인 고객 중심으로 매일 줄서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박 대표 입장에서 무턱대고 일본 현지에서 사업하기는 힘든 것도 사실. 그래서 현지 매장을 열기보다 지난해부터 무신사 일본 플랫폼과 자사몰에 제품을 올리고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 현지 유명 배우와 컬래버 제품을 내놓는 등 현지화 전략도 병행했다. 그랬더니 일본 법인을 내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온라인과 팝업 매장으로만 30억원어치 이상을 팔아치웠다.
지난해 도쿄 신주쿠 이세탄백화점에서 팝업한다는 소식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주력 상품이 3일 만에 전량 매진돼 남은 팝업 기간 동안 해당 제품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했다는 스토리도 유명하다.
이처럼 일본 고객이 SNS에 열려 있고 모바일 쇼핑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K패션 브랜드에도 기회가 찾아왔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이유로 하이라이트브랜즈(대표 이준권)가 전개하는 스트리트브랜드 ‘키르시(KIRSH)’ 역시 빠르게 일본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올해 7월 일본 패션의 중심지 도쿄 하라주쿠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점하고 올해 10월 자사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일본법인을 세우고 직진출한 케이스는 드물다. 이런 배경 뒤엔 일본 내 수요, 인지도가 있다. 키르시는 직진출 전부터 이미 일본 전용 SNS계정에 6만명 이상의 폴로어를 확보했을 정도로 팬층이 두터웠다.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당일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고 오프닝 이벤트로 영업시간이 짧게 운영되었음에도 당초 목표했던 매출 대비 2배 초과했을 정도다. 키르시 관계자는 “오픈 후에도 키르시의 매출 순항은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이어지며, 런칭 이후 매일 200명이 넘는 고객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 직진출 성공 브랜드로 분류되는 ‘디스이즈네버댓’ ‘젝시믹스’ 등은 일본어 자사몰을 기본적으로 구비하고 그 외 오프라인 매장을 병행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올해 일본 현지에 매장을 낸 디네댓은 연말까지 매출액 60억원, 내년에는 예상 매출 150억원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안다르 상황도 비슷하다. 안다르는 온 라인 쇼핑에 눈뜬 일본 소비자 덕에 일본 직진출을 결심했을 정도다. 박효영 안다르 대표는 “안다르는 일본에 직진출하기 전에 테스트 차원에서 D2C 채널을 통해 일본 고객에게도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를 노출시켜봤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며 긍정적인 고객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 초부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더니 D2C 자사몰 매출이 크게 성장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제 직진출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내년 초 직진출한 후 본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올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패션 덕에 큐텐재팬 매출 신기록
그룹 세븐틴 정한.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돌이다. K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아크메드라비’가 올해 가을 시즌부터 기용한 광고 모델이기도 하다. 신상 소개 후 아크메드라비는 일본 매출이 급증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구진모 아크메드라비 대표는 “일본에서 유명한 모델을 썼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무신사 일본 플랫폼을 통해 테스트를 해봤는데 신제품 주문이 상당히 빨리 늘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아크메드라비뿐 아니다. 무신사는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떠그클럽, 써저리, 유스 등 단독 입점 브랜드는 물론 앤더슨벨, 로우클래식, 에이카화이트, 쿠어 등 K패션 대표 브랜드를 일본에 소개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 플랫폼 형태로 모바일 앱과 웹스토어를 서비스하는 것 외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현지 쇼룸 등을 열어 K브랜드가 자연스레 일본 진출을 할 수 있게끔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 4월 하라주쿠에서 아모멘토, 떠그클럽, 2000아카이브, 기준을 비롯한 24개의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개했는데 열흘 동안 3만명 이상이 방문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일본 진출 교두보 플랫폼 중 ‘누구(NUGU)’라는 플랫폼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10월 일본 인플루언서 패션 플랫폼으로 첫선을 보인 ‘누구’는 현지 인플루언서가 K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일본 시장을 파고들었다. 한국으로 치면 에이블리나 브랜디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두진 ‘누구(법인명 메디쿼터스)’ 대표는 “일본에서도 막 올라오고 있는 인플루언서 시장 기회를 선점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며 “직진출보다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는 점, 현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빠른 시일 내에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K패션 브랜드 입점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누구는 최근 일본 도쿄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는데 일주일 만에 3만명 이상 방문했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올해 ‘누구’의 예상 매출액은 350억원에 달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본 현지 e커머스 플랫폼도 K패션을 신사업 기회로 보고 적극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본 e커머스 플랫폼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큐텐재팬(법인명 이베이재팬)은 아예 K뷰티, K패션 전담 인력을 한국에 두고 적극 발굴해 일본에 소개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분기별로 최대 할인 행사 ‘메가와리’를 열면서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 3분기 메가와리는 16회 연속 역대 최대 거래액을 경신했다.
이런 기록적인 매출 뒤에도 K패션이 있다. 이번 메가와리 패션 카테고리에서 K패션이 1위를 차지했다. K팝 스타가 착용해 유명해진 브랜드 바잘(VARZAR)의 ‘바잘 스터드 로고 캡’이 주인공. 바잘은 2020년 7월 출시 후 매년 200% 이상의 성장세를 꾸준히 달성하고 있는 브랜드다. 큐텐 메가와리 패션 부문 상시 1위를 달성하고 있으며 올해 일본 내 예상 매출액만 80억원으로 이미 한국 내 판매량을 넘어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투자 회사나 대기업도 플랫폼 형태 일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01년에 설립된 디홀릭커머스 매각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플랫폼은 한때 일본에서 600여 한국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거래액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때 주춤하기는 했지만 MAU(월간 이용자 수) 250만명에 달하는 등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잠재력을 유심히 본 유니슨캐피탈은 지난해 ‘디홀릭커머스’를 인수하고 LF그룹에서 온라인 커머스를 주도했던 권성훈 대표를 영입해 사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네이버도 이 시장에 눈독 들이다 최근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스마트스토어의 일본 버전 ‘마이스마트스토어’ 서비스를 내놓은 것. 이때 K패션의 선봉인 마뗑킴을 일본 마이스마트스토어 1번 계정으로 삼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상징적이다.
O2O 전략 넘어 OMO로
물론 일본 시장이 충성도 높은 고객, 모바일 쇼핑에 눈을 뜬 소비자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은 건 사실이다. 다만 일본 시장은 크기도 하거니와 트렌드에 워낙 민감한 곳이라 단순 호감만으로 진출했다가는 쓴맛을 볼 가능성도 높다. 또 온라인 시장에서 재미를 좀 봤다 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을 병행하지 않으면 매출 확대가 극적으로 늘어나기 힘들다는 점도 일본 시장의 주요한 특성 중 하나다.
이두진 대표는 “K패션은 K뷰티와는 다르다”며 “K뷰티는 훨씬 대중적이고, 주요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일본 대중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반면, K패션은 각각의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보다 ‘K패션 스타일’에 대한 일본인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차이점이 있으므로 K패션 브랜드 자체를 알리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은 일본법인장은 “K패션이라는 트렌드, 바람에 편승하려 하면 일부 일본 고객만 잡을 수 있다”며 “국적이 어디인 줄 모를 정도의 글로벌 감각을 갖추고 자사몰 등 현지화된 판매 채널, 브랜드 스토리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지 마케팅 전략도 달리 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권성훈 디홀릭커머스 대표는 “생각보다 시장이 어렵다”며 “특히 네이버 같은 고효율 광고 매체가 없고 여전히 신뢰를 줄 수 있는 TV나 잡지 등의 매체 영향력이 큰 만큼 일본에 대한 충분한 공부를 하고 진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회사가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O2O(Online to Offline) 전략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는 단계인 OMO(Online Merge with Offline)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두진 대표는 “일본 고객은 온라인의 편리함과 오프라인의 차별화된 경험을 동시에 추구한다. 온라인 따로, 오프라인 따로가 아니라 어디서든 남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유통, 구매가 가능한 채널 구축에 공을 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서 인기 있어야 일본서도 통한다
큐텐재팬은 주로 10~30대 여성으로 이뤄진 탄탄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일본 내 업계 4위 마켓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 내 Z세대 고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쇼핑 앱으로 선정되며 오픈 6년 만에 일본 내 회원 수 1000만명을 돌파했는가 하면 2023년 상반기 기준 2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무서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큐텐재팬에서 K패션 브랜드를 발굴,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박영인 실장을 만나봤다.
Q. 큐텐재팬은 왜 K패션 입점에 주목하나.
A. 일본에서 K드라마, K영화, K팝 등 K컬처 인기가 커지면서 K제품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K제품이 일본 1030세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일본 내 다른 e커머스 대비 젊은 고객이 많은 큐텐재팬이 K패션에 집중하는 대표적 이유다. 큐텐재팬 주 고객층은 10대에서 30대로, MZ세대가 전체 회원 수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비율은 80%에 가깝다.
Q. 의미 있는 성과가 있다면 자세히 소개 부탁한다.
A. 이베이재팬은 지난해 4월 하이퀄리티 제품 중심 셀러만 엄선해 저가 제품과 차별화한 패션 전문 서비스 ‘무브(MOVE)’를 선보였다. 무브는 지난해 일본 현지 패션 관련 사이트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인기 셀럽의 애장템으로 유명한 ‘오드스튜디오(ODD STUDIO)’의 경우 프린트 로고 후디 등을 판매하며 월매출이 무브 입점 후 기존 대비 최대 230% 상승했다. 역시 유명 셀럽이나 인플루언서가 착용하면서 알려진 한국 패션 셀러 ‘바잘(VARZAR)’의 스터드 로고 캡 등도 큰 인기다. 바잘은 무브 입점 이후 2023년 기준 2022년 대비 연간 10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메가와리에서 2, 3분기 연속 패션 카테고리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Q. 한국 업체면 아무나 입점해도 되는 건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A. 한국 셀러의 큐텐재팬 입점 절차는 일본과 동일하다.
온라인을 통해 ID 등록, 서류 심사, 상품 등록의 과정을 통해 14일 이내 판매가 가능하다. 입점 셀러에는 수수료 무료 혜택과 물류와 풀필먼트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Q. 일본에서 통할 만한 전략이 있다면.
A. K패션은 한국 셀럽이나 아이돌이 입는 패션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브랜드도 일본 시장에 빠르게 알려지고 관심이 높다. 무조건 저렴한 제품보다는 중고가 이상이라도 한국 패션 트렌드를 잘 캐치하고 선도하는 제품이 일본에서도 통할 것으로 보인다.
Q. 앞으로도 K패션 발굴, 전개를 할 예정인지.
A. 한국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는 일본에서도 반응이 좋다. 실제로 ‘마르디메크르디’의 스웨트셔츠는 이번 3분기 메가와리 기간 중 큰 인기를 끌었다. K패션이 일본에서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베이재팬은 앞으로도 계속해 K패션 카테고리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무브의 한국 셀러 참여 독려를 위해 무료 동영상 촬영 지원, 수수료 할인, 일본어 무료 번역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쿄 =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1호 (2023.10.25~2023.10.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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