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 쿠팡CLS 대표에 쏟아진 질타
[조혜지, 남소연 기자]
▲ 홍용준 쿠팡 CLS 대표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이른바 '쿠팡 퀵플렉서'. 쿠팡의 하청 위탁 배송 업체에서 새벽배송 일을 하다 숨진 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죽음으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소환된 홍용준 쿠팡 로지스틱스(CLS) 대표가 해당 사건과 자사와의 연관성을 재차 부인했다. "쿠팡과 계약 체결한 협력업체 영업점" 소속의 직원이라는 취지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질의에는 "안타깝고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그 회사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셨는데 사과하지 않느냐"는 질타에도 같은 답을 했다.
"산재 누설 금지 각서 받았나" 질의에 "확인서다"... 윤건영 "그게 불법"
이날 국감 증인신문 내내 도마에 오른 것은 홍용준 대표의 답변 태도 논란이었다. 우원식, 윤건영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홍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고 질타했다.
윤건영 : "율사출신, 검사출신이라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가는 대답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 산재 사실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각서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알고 있나."
홍용준 쿠팡CLS대표 : "네."
윤건영 : "각서를 요구했나?"
홍용준 쿠팡CLS대표 : "각서가 아니고 확인서다. 확인서로 알고 있다."
윤건영 : "그게 각서고 불법이다. 산재 당한 분에게 언론에 누설하는 걸 금지하는 각서를 받는 게 기업이 할 일인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CLS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노력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당시에는 (쿠팡이) 정규직으로 다 채용했다고 해서 (쿠팡을) 빼고 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2만 명의 (택배노동자 중) 1만3000여 명(2022년 말 기준)이 특수고용직 형태로 일한다. 그러니 사회적 합의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앞선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배송시스템 업체가 다른 택배 업계와 구조가 다르다"면서 "사회적합의의 취지는 존중하지만 참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쿠팡CLS와 관련된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참여하겠느냐는 우원식 의원의 질의에는 "배경과 취지를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우 의원은 "증인이 검사로 16년간 재직하고 김앤장에서 5년간 근무해 답하다보니 아주 신중하고 법률적으로 문제 있어보이는 것은 답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 홍용준 쿠팡 CLS 대표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왼쪽 앞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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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배송의 문제점에 대한 질타에서도 같은 공방이 이어졌다. 홍용준 대표는 새벽 배송 노동직들에 대한 근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질의에 "새벽 배송직들에 대한 근로 여건을 상당히 좋게 유지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이유로 새벽배송을 좋아하는 기사 분들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규제하거나 하면 현실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과로를 막기위해 도입한 '백업 기사'의 경우에도 "영업점 상황에 따라 변동된다"며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최근 사망한 새벽배송 노동자의 근로시간의 경우엔 '데이터 추산 최대치'로 주52시간을 제시했다고 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이 노동자가 주 52시간을 야간 근로를 했다고 (쿠팡CLS 측이) 말했는데,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야간 근로는 실제 근로시간 곱하기 1.3시간으로 이 노동자는 67.6시간을 일한 것"이라고 말하자 홍 대표는 "52시간으로 발표한 것은 배송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산한 최대치를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진성준 : "쿠팡 새벽배송 시스템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고 있다는 거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어 새벽 배송이 불가피하다면 근로 시간 통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나."
홍용준 쿠팡CLS대표 : "쿠팡 새벽 배송 근로자들의 여건은 그렇게 열악하지 않다. 영업점에 적정 물량을 위탁하고 상황이 변동되면 물량을 조정해 과중한 업무에 노출되지 않아 근무 시간이 많지 않다. 백업 기사를 둬야 계약할 수 있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진성준 : "그래서 백업기사가 몇 명이냐."
홍용준 쿠팡CLS대표 : "주5일 이하로 근무하는 야간 배송 기사의 비중이 40%가 넘는다."
500억 원대 임금체불 겪던 대유위니아... 회장 "골프장 매각 등으로 변제"
▲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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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국감에는 최근 500억 원 대 임금체불 논란을 겪은 대유위니아의 박영우 회장이 출석해 골프장 등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체불을 우선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임금체불로 생계난을 겪은 직원들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질의에 "경영을 잘못한 것 같다, 사과 드린다"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골프장 매각이 다음주 쯤 될 것 같다"면서 '체불 임금 결재가 최우선인가'라는 질의에 "네"라고 했다.
반복되는 산재 사고의 책임을 묻기 위해 출석 요구서를 보냈으나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참한 허영인 SPC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기가 내년 5월 29일까지다"라면서 "(귀국 시) 산재 청문회를 통해 끝까지 물어야 하고 (임기 끝까지) 끝장을 본다는 의견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정 위원장도 "불출석 사유가 타당한지 객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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