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하청, 현대차 파견근로자 아냐" 대법 판결에 "1·2차 차별"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한 작업자들에 대해 현대자동차의 파견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사내협력업체와 달리 2차 협력업체 소속 작업자는 현대차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가 아니다’고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전지원)은 지난 1월,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작업자는 현대차에 파견된 근로자지만 ‘2차 협력업체’, 즉 현대차와 부품공급계약을 체결한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업체나 ‘현대차로부터 물류에 관한 업물를 위탁받은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업체 소속 근로자는 그렇지 않다고 봤다. 근로자파견법의 보호를 받은 파견근로자에 해당되면 파견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의무가 생긴다.
A씨 등 3명은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3명은 현대차 울산 3공장에서 일하며 정규직 근로자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비슷한’ 작업을 했다. 서울고법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이뤄진 부품물류공정은 작업하는 부품의 종류가 다를 뿐 근로자가 어느 업체에 소속돼 있는지와 관계없이 작업자들의 업무 수행방식이 모두 유사하거나 동일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한다고 같은 회사 소속 근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가 상용하는 파견근로자로 인정되려면 ▶현대차 직원과의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가 있어야 하고 ▶현대차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업무를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는 “울산공장 사내 작업자 모두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무 대상인 부품의 종류를 기준으로 보면 명확히 구분된다”고 했다. A씨 등은 울산공장에서 부품 용기(팔레트, 서열대차)를 받아 서열(부품을 조립순서대로 배열하는 업무)하거나 토우모터에 연결해 각 생산라인으로 보내고 팔레트를 컨베이어 작업장소에 놓는 일을 했는데, 부품은 현대차 공장 밖(2차 협력업체 자체 작업장 또는 통합물류센터)에서 조립·서열된 것이다. 재판부는 “서열·불출 업무가 현대차 공장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 등이 그 부품을 사용하여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수행하거나 같은 공장 내에서 다른 서열·불출 업무를 수행하는 현대차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 집단을 이루어 업무를 수행했다 볼 수 없다”고 봤다.
A씨 등은 현대차가 사양 식별표·불출동선 등을 제공한 게 ‘상당한 지휘·명령’의 징표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양 식별표 등은 “서열공정 작업자라면 반드시 제공돼야 하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객관적인 정보일 뿐”이고, 불출동선은 “사외 하도급 업체에 불과한 2차 협력업체들이 사내 작업자들의 동선이나 작업시간대 정보를 알 수 없는 노릇이므로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서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제공한 것”이라 판단했다. 또 “2차 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에 대해 독자적으로 작업배치권과 인사권, 근태관리권을 행사했고 현대차가 이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현대차가 A씨 등의 업무 수행을 감시·감독·평가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재판부는 B씨 등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파견기한 2년을 초과해 그 이후부터는 현대차의 직고용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그 이후의 미지급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달리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선 현대차가 생산량·월별가동시간 등을 계획해 작업 순서·속도·시간 등을 결정하고 정규직 결원이 발생하면 이들을 대체투입하는 등 현대차가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내협력업체도 지게차·트럭 같은 설비는 가지고 있었지만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핵심적으로 필요한 생산 관련 시설·장비·작업 도구·부품 등은 모두 현대차 소유”라는 점도 지적했다. 판결을 통해 B씨 등 15명은 일한 기간 동안 덜 받은 임금(인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받게 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서 감내해야 하는 차별과 착취가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라고 사법부가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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