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계는 우리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한다

김남중 2023. 10. 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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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행복 연구'로 불리는 미국 하버드대의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인간의 행복에 대한 가장 길고 심층적인 종단 연구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 연구는 85년 동안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수천 개의 질문을 던지고 수백 가지를 측정해서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게 뭔지 알아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다 보니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장수와 일관되게 공고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요한 요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지속적으로 광범위한 중요성을 증명한 한 가지 요소는 바로 '좋은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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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로버트 월딩거·마크 슐츠 지음, 박선령 옮김
비즈니스북스, 508쪽, 1만9500원
85년간 이어지고 있는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 프로젝트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 하버드대 의대 정신과 교수가 테드(TED) 강연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하버드 행복 연구’로 불리는 미국 하버드대의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인간의 행복에 대한 가장 길고 심층적인 종단 연구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 재학생 268명과 보스턴 최빈곤층 10대 후반 456명을 두 그룹으로 분류해 그들의 생애와 건강을 추적 조사하는 연구 프로젝트로 1938년 시작돼 지금까지 85년간 계속되고 있다. 이 연구의 네 번째 책임자 로버트 월딩거(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와 부책임자 마크 슐츠(브린모어대 심리학과 석좌교수)가 함께 쓴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는 길고 방대한 연구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좋은 관계는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끝.”

이 단호한 결론을 조금 풀어보자면 이렇게 된다. “하버드 연구는 85년 동안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수천 개의 질문을 던지고 수백 가지를 측정해서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게 뭔지 알아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다 보니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장수와 일관되게 공고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요한 요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지속적으로 광범위한 중요성을 증명한 한 가지 요소는 바로 ‘좋은 관계’다.”

하버드 연구 참가자들 중 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람에 속하는 변호사 존 마스덴은 가장 행복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반면 교사 레오 드마라크는 대단한 직업적 성취를 이루진 못했지만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간주됐다. 보스턴 빈민가 출신인 닐 매카시는 이민자 자녀로 누구보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충만하고 활기찬 노년에 도달했다. 이들의 행복을 가른 건 인간관계였다.


책은 하버드 연구를 중심으로 하되 다른 연구들도 폭넓게 인용하면서 ‘좋은 관계가 행복의 핵심 요소’라는 메시지를 부각한다. 연구들은 “가족, 친구, 공동체와 많이 연결되어 있는 사람은 연결이 부족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는 걸 입증한다… 외로운 사람은 수명도 짧다.”

많이 연결되어 있다는 건 반드시 다수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건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단순하게 말해서 따뜻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심신을 보호할 수 있다… 따스함으로 연결된 관계는 삶과 노화의 가혹한 충격에서 우리를 보호한다.” 특히 “우리 곁에 자신의 가장 깊은 취약성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절망과 행복을 가르는 핵심적 차이가 된다.”

그러므로 좋은 인생이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행복을 찾아가는 우리의 여정이 너무 늦어버린 것도 아니다.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불행하게 살 운명인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자신의 삶에 대한 관점이나 타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이혼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실패, 불운, 노년 등 고난으로만 여겨지던 일들이 관계라는 측면에서 엄청난 선물이 되기도 한다. 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등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책은 특히 가족, 직장 동료, 친구의 가치를 강조한다. 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문제를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완전히 외면해버리기도 한다”면서 가족관계를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는 태도라고 얘기한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다시 평가해 볼 여지가 있다. 저자들은 “직장에서 발전시키는 관계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이 사교와 연결의 주요 원천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좋은 삶을 살고 있는가? 글쎄. 대답하기 어렵다면 질문을 고쳐봐도 될 것이다. 지금 곁에 누가 있는가?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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