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 앞세운 헌재, '군대 동성간 성행위 처벌' 또 합헌

김시연 2023. 10. 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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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내 동성간 성행위를 추행죄로 처벌해 '성소수자 차별'이란 비판을 받아온 군형법 조항이 4번째 위헌법률심판에서도 살아남았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오후 군형법 92조의6('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중 '그밖의 추행'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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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로 처벌범위 축소됐다는 전제하에 합헌"... 5대 4로 네번째 합헌 결정

[김시연 기자]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 시작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군대 내 동성간 성행위를 추행죄로 처벌해 '성소수자 차별'이란 비판을 받아온 군형법 조항이 4번째 위헌법률심판에서도 살아남았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오후 군형법 92조의6('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중 '그밖의 추행'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이 합헌 결정을 받은 건 지난 2002년(7대 2)과 2011년(5대 3, 한정위헌 1), 2016년(5대 4)에 이어 4번째다.

앞서 육군 중앙수사단은 지난 2017년 성소수자 군인 23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9명을 이 조항 위반으로 기소했다. 관련해 대법원은 2022년 4월 21일 '합의된 성관계는 쌍방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며 1심과 2심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관련기사 : '성소수자 탄압' 조항에 균열 낸 대법원... 아직 남은 숙제 https://omn.kr/1zwmy)

재판 당사자 일부는 2017년 1심 재판 과정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인천지방법원(2017헌가16)과 수원지방법원(2020헌가3)도 각각 2017년 4월과 2020년 2월 다른 사건 재판 도중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관 5대 4 합헌 결정... "대법원 판결로 처벌 범위 축소돼"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로 위헌 결정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컸지만, 헌재는 오히려 대법 판결로 처벌 범위가 축소돼 해당 조항의 의미가 더 명확해졌다고 봤다.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등 재판관 5명은 이날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상명하복체계로서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군 조직의 특수성, 군기 확립 및 전투력 보호라는 공익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면서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 공보관은 이날 "이번 합헌 결정은 동성 간 성행위 처벌조항의 처벌 범위가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축소되었기 때문에, 그런 전제 하에 합헌이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동성 간 성행위를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추행'이라고 처벌했지만, 대법원 판결로 처벌 조항의 의미가 명확해졌기 때문에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등 재판관 4명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고, 이 가운데 3명은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봤다.

이들은 해당 조항이 "범죄구성요건을 단순히 '그 밖의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어떤 행위가, 누구와 누구의 행위가,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의 행위가 이 사건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를 수범자가 예측할 수 없도록 할 뿐 아니라,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형배를 제외한 재판관 3명은 "이 사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한 동성 군인을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육군 성소수자 색출 사건 재판 당사자들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도 이미 무죄 확정 판결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했다

국제앰네스티 등 "한국의 평등 증진을 후퇴시키는 결정"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시민·인권단체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대 내 합의된 동성간 성행위 처벌 조항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제공
 
이에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한 당사자들과 시민인권단체들은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헌 결정을 비판했다. 

장보람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이날 "군대 내 합의된 동성간 성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에 대한 법원의 지속적인 지지는 한국 내 평등을 향한 오랜 투쟁에 있어 안타까운 후퇴"라면서 "이번 결정은 한국의 LGBTI가 겪고 있는 만연한 편견을 보여주었으며, 정부가 피해를 예방하고, 평등을 보장할 책임이 있음에도 그에 걸맞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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