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이 이럴수가'…항생제 사료 만들어 판매

제주 수협, 항생제 잔류 검사 없이 제조
돼지육분 혼합 사실도 숨기고 유통

제주의 한 수협이 동물의약품용 항생제가 남아있는 폐사 물고기로 사료를 만들어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수협은 또 돼지 원료를 숨긴 배합사료를 팔아 300억대의 매출을 올린 혐의도 받는다.

서귀포해경이 사료포대에서 성분 분석을 위한 사료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26일 사료관리법 위반 혐의로 제주지역 A수협과 B유통업체를, 사료관리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혐의로 C사료업체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수협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동물의약품용 항생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남아있는 폐사어를 양식장에서 수거한 뒤, 이를 원료로 물고기용 사료(폐사 어분) 175t(시가 2억5000만원 상당)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엔로플록사신은 각종 가축과 양식어류의 소화기, 호흡기, 세균성 질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로, 잔류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양식어류에 사용할 수 있지만, 상품으로 출하할 때는 1㎎이라도 검출되면 안 된다.

그런데 지난 4월 서귀포 지역의 한 양식장 광어에 공급된 사료에서 해당 성분이 검출됐고, 5월 정식 수사 의뢰를 받은 해경이 유통 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최초로 사료를 제조하고 유통한 곳이 A수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으로 출하되는 양식어류의 경우 항생제 성분이 남아있지 않도록 약 90일간의 휴약기간을 거치지만, 양식 도중 폐사한 어류는 관련 성분이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 항생제 검출 여부를 유통 전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A수협은 폐사 양식어나 폐사 양식어로 제조한 사료에 대해 항생제 잔류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경은 밝혔다.

돼지 육분 원료 숨기고 300억 매출까지

이뿐만 아니라 A수협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배합사료 1만5000t을 만들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 부산물로 만든 육분을 어분과 함께 사용했으나, 포장지에 임의로 원료 명칭을 표기하지 않고 300억원의 부당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돼지 부산물을 어분에 섞을 수는 있으나, 사료관리법에서는 배합 비율이 큰 원료는 포장지에 반드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경은 A수협이 양식업자들이 육분이 혼합된 배합사료를 기피한다는 이유로 일부러 원료 명칭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에 있는 B유통업체는 A수협으로부터 이 사료를 사들여 전국 각지로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C사료제조업체는 B유통업체로부터 싼값에 납품받은 이 수협 사료를 다른 국내산 사료와 혼합해 양식업체들이 선호하는 '칠레산'으로 일명 '포대갈이'를 한 뒤 가격을 올려 제주지역 소매업체 3곳에 판매해 9억원을 챙겼다.

해경은 "제주지역 수협이 만든 '금지 항생제 잔류 사료'가 다른 지역으로 유통된 뒤 칠레산으로 둔갑해 다시 제주지역 양식장으로 판매되어 사료로 공급된 것"이라며 "양식산업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할 수협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러 양식산업 신뢰를 하락시켰다. 새롭게 발견된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