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따라 청약시장 양극화…동탄 4억대 아파트에 14만명 청약
한동안 ‘완판 행렬’을 이어가던 분양 시장이 분양가, 입지에 따라 흥행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국민평형’에 4억~5억원대 분양가가 책정된 단지는 14만 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서울 등 수도권 입지인데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는 1순위 마감에 실패하거나 미계약 물량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이 커지고, 고금리 속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도 손쉽지 않자 수요자들이 선별해 청약에 나서는 모습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4일 진행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 e편한세상’의 1순위 청약은 올해 전국에서 공급된 단지 중 최다 청약 접수 기록을 세웠다. 554가구 모집에 13만3042명이 몰려 평균 240.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날 특별공급에 9972명이 접수한 것까지 감안하면 14만3014명이 이 단지에 청약통장을 던진 것이다.
이처럼 청약이 흥행한 건 공공택지에 아파트가 들어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아파트보다 2억~3억원가량 저렴한 ‘로또 청약’이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전용면적 74㎡가 4억1800만원, 전용 84㎡ 4억8100만원, 전용 95㎡ 5억4000만원, 전용 115㎡가 6억500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인근 아파트인 더레이크시티 부영5단지의 전용 84㎡가 최근 7억9000만원선에 거래된 걸 감안하면 3억가량 저렴하다.
분상제 지역이어서 전매제한 3년, 의무거주 5년 규제가 있는데도 가격 메리트가 워낙 좋다 보니 해당 지역인 경기도 화성시는 물론 그외 경기, 서울 등 기타지역에서도 대거 청약에 나섰다.
반면 수도권은 올 여름까지 ‘묻지마 청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청약시장이 뜨거웠지만, 지난달 말부터 1순위 미달과 미계약 물량이 재등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1순위 청약을 한 ‘트리우스 광명’은 517가구 모집에 2444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4.7 대 1에 그쳤다. 해당 단지의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59㎡ 8억9000만원, 전용 84㎡ 11억86000만원대로, 최근 이곳보다 더 나은 입지에서 분양한 아파트보다도 분양가가 1억원가량 비쌌다. 고분양가 논란에 총 8개 타입 중 5개 타입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수원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도 3개 주택형 모두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이 단지도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보다 1억원가량 비쌌다.
지난달 서울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와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개봉’는 1순위 마감을 하긴 했지만, 대거 미계약이 발생했다. 입지가 탁월한 것도 아닌데 주변 신축급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1억~2억씩 비싸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상반기 청약, 대출 규제를 풀며 집값이 반등하자 비교적 적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이 쉬운 청약 시장으로 수요가 대거 몰렸다”며 “하지만 분양가가 계속 올라 시세와 대등해졌고, 정부가 다시 대출을 조이면서 비싼 분양가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 가격은 3200만원을 돌파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도 1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5% 비싸졌다.
고분양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청약 경쟁률도 주춤해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올해 초 5대 1 수준이다가 지난 8월엔 20대 1 정도로 치솟았고, 지난달엔 10대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은 지난 5월 122대 1까지 치솟았던 게 지난달 77대 1로 떨어졌다.
박 교수는 “고금리 기조와 분양가 상승 부담감이 맞물리면서 주택수요자들이 분양가와 입지를 따져 청약하는 ‘옥석가리기’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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