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따라 청약시장 양극화…동탄 4억대 아파트에 14만명 청약

백민정 2023. 10. 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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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평당 3200만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난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망대 너머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한동안 ‘완판 행렬’을 이어가던 분양 시장이 분양가, 입지에 따라 흥행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국민평형’에 4억~5억원대 분양가가 책정된 단지는 14만 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서울 등 수도권 입지인데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는 1순위 마감에 실패하거나 미계약 물량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이 커지고, 고금리 속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도 손쉽지 않자 수요자들이 선별해 청약에 나서는 모습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4일 진행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 e편한세상’의 1순위 청약은 올해 전국에서 공급된 단지 중 최다 청약 접수 기록을 세웠다. 554가구 모집에 13만3042명이 몰려 평균 240.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날 특별공급에 9972명이 접수한 것까지 감안하면 14만3014명이 이 단지에 청약통장을 던진 것이다.

이처럼 청약이 흥행한 건 공공택지에 아파트가 들어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아파트보다 2억~3억원가량 저렴한 ‘로또 청약’이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전용면적 74㎡가 4억1800만원, 전용 84㎡ 4억8100만원, 전용 95㎡ 5억4000만원, 전용 115㎡가 6억500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인근 아파트인 더레이크시티 부영5단지의 전용 84㎡가 최근 7억9000만원선에 거래된 걸 감안하면 3억가량 저렴하다.

동탄레이크파크 자연& e편한세상 투시도


분상제 지역이어서 전매제한 3년, 의무거주 5년 규제가 있는데도 가격 메리트가 워낙 좋다 보니 해당 지역인 경기도 화성시는 물론 그외 경기, 서울 등 기타지역에서도 대거 청약에 나섰다.

반면 수도권은 올 여름까지 ‘묻지마 청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청약시장이 뜨거웠지만, 지난달 말부터 1순위 미달과 미계약 물량이 재등장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지난 17일 1순위 청약을 한 ‘트리우스 광명’은 517가구 모집에 2444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4.7 대 1에 그쳤다. 해당 단지의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59㎡ 8억9000만원, 전용 84㎡ 11억86000만원대로, 최근 이곳보다 더 나은 입지에서 분양한 아파트보다도 분양가가 1억원가량 비쌌다. 고분양가 논란에 총 8개 타입 중 5개 타입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수원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도 3개 주택형 모두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이 단지도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보다 1억원가량 비쌌다.

지난달 서울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와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개봉’는 1순위 마감을 하긴 했지만, 대거 미계약이 발생했다. 입지가 탁월한 것도 아닌데 주변 신축급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1억~2억씩 비싸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상반기 청약, 대출 규제를 풀며 집값이 반등하자 비교적 적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이 쉬운 청약 시장으로 수요가 대거 몰렸다”며 “하지만 분양가가 계속 올라 시세와 대등해졌고, 정부가 다시 대출을 조이면서 비싼 분양가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실제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 가격은 3200만원을 돌파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도 1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5% 비싸졌다.

고분양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청약 경쟁률도 주춤해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올해 초 5대 1 수준이다가 지난 8월엔 20대 1 정도로 치솟았고, 지난달엔 10대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은 지난 5월 122대 1까지 치솟았던 게 지난달 77대 1로 떨어졌다.

박 교수는 “고금리 기조와 분양가 상승 부담감이 맞물리면서 주택수요자들이 분양가와 입지를 따져 청약하는 ‘옥석가리기’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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