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오일머니 잡고 현안 목소리 낸 韓…힘 실리는 중동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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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원 시장 텄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은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사우디에서 약 156억 달러, 카타르에서는 약 46억 달러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사우디와 맺은 약 290억 달러의 MOU,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약 300억 달러 투자 약속까지 합치면 사우디·카타르·UAE 등 중동 지역 핵심 3개국과의 경제 협력 규모는 총 792억 달러, 한화 107조원에 달한다.
중동 시장에서 'K-방산'이 '큰 손'으로 도약하기 위한 물꼬도 텄다는 평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43년 만에 채택된 한ㆍ사우디 공동성명에는 "양측은 양국 공통의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 및 국제 안보와 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국방ㆍ방산 분야에서 협력과 조정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명시됐다.
실제 대공 방어 체계, 화력 무기 등 분야에서 사우디와의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로,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고 한다. 한국은 카타르와도 '방산 군수 협력' MOU를 체결했다.
실제로 중동은 K-방산의 최대 블루오션 중 하나다. 중동은 그간 미국산 무기에 가장 많이 의존했지만 최근 몇 년 간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 또한 첨단 무기와 기술을 중동에 그대로 넘기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공백을 한국이 공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정세에도 목소리
이번 순방에선 '세일즈 외교' 뿐 아니라 '역내 관여자'로서의 한국의 면모도 돋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한ㆍ사우디 공동성명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 단락 분량으로 언급됐다는 점이다. 성명에는 "양측은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에 반대한다",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정치적 해결과 항구적 평화가 필요하다" 등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귀국 후 26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중동 정세가 악화하는 와중에 한국이 역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우디, 중재 외교를 펼치는 카타르를 각각 방문해 정상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인도적 지원 의지를 표명한 건 큰 의의가 있다"며 "사우디가 이 문제를 한국과 논의하고 공동성명에도 포함하기로 합의한 건 그만큼 우리에 대한 신뢰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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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존재감 높일 적기
중동 국가들이 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포스트 오일' 시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현시점이 한국이 대중동 외교를 강화할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막강한 오일머니를 쥐고 신산업 발굴에 나선 중동 국가들 입장에서 핵심·첨단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매력적인 파트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寶庫)"라고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동 지역 안정화에 수십년째 외교력을 쏟는 미국 입장에서도 핵심 동맹인 한국이 새로운 역내 관여자로서 부상하는 상황을 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3국이 중동 지역에서도 각기 다른 측면에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원유의 94%를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는 일본의 경우 중동의 안정이 자국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깨닫고 해당 지역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일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에도 미국과 매 순간 밀착하는 것보다는 관련 각국과 발빠르게 소통하며 중재자를 자처하는 '균형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 또한 국익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서 독자적인 존재감을 확보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중동을 무대로 한 미ㆍ중 경쟁 국면에 휘둘리지 않고 각각의 카운터파트에 맞춘 한국만의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역 분쟁에 대해선 인도적 지원과 국제 규범 수호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되,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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