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음료’ 주범 징역 15년…“예상 불가한 신종범죄”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 인정
재판부 “피해 학생 학업집중도 어려웠을 것”

마약음료 제조·전달책 길모 씨가 지난 4월 1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필로폰이 든 ‘마약 음료’를 제조하고 학생들에게 나눠줘 마시게 한 혐의를 받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는 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과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로 기소된 길모(26)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250만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공범 김모(39)씨에게는 징역 8년, 박모(36)씨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추징금도 각각 4600여만원과 1억6000여만원을 내렸다. 보이스피싱 모집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41)씨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를 이용해 영리를 취득하려는 악질적 범죄와 보이스피싱 범죄, 사회적 해악을 초래하는 마약 범죄가 결합한, 상식으로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신종 범죄를 저질렀다”며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예상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하므로 재발 방지를 위해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은 신체와 정신이 한창 발달해야 하는 시기 의도치 않고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됐고, 국민적 공분이 최고조에 달해 학업에 제대로 집중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마약음료를) 제조하고 배송한 사실은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다행히 13명 중 4명은 음료를 마시지 않아 미수에 그친 점, 음료의 맛이 좋지 않아 피해자 대부분이 전부 다 마시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애초 경찰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사형이나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 투약’ 혐의를 길씨에게 적용했고, 재판부는 이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라고 속여 유포된 일명 ‘마약 음료’. 강남경찰서 제공

앞서 지난 4월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시음행사를 가장해 미성년자 13명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들에게 협박 전화를 걸어 금품을 요구한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중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사건 전반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주범인 길씨는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한 뒤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보낸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변작중계기를 사용해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바꿔 학부모 협박 전화를 도운 혐의, 박씨는 필로폰 10g을 ‘던지기 수법’으로 길씨에게 전달하고 그외에도 필로폰 약 1580g을 매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성년자 13명과 학부모 6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피해자 중 6명은 환각 등 증상을 겪었다. 마약 음료 한통엔 통상적인 필로폰 1회 투약분(0.03g)의 3배가 넘는 양인 0.1g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