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될 뻔한 규제 약으로 만들어”…‘퇴출 위기’서 살아난 모다모다
“사형 선고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논란 이후 매출이 10분의 1로 떨어졌으니까요. 이번에 2세대 제품을 내놓으면서 독이 될뻔한 규제를 약으로 만들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염색 효과를 내는 샴푸를 내놨지만 위해성 성분 논란으로 위기를 겪은 모다모다가 26일 2세대 제품 ‘제로 그레이 블랙 샴푸’를 선보이면서 새롭게 도전장을 냈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첫 제품 판매 당시 문제가 된 유럽에서도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2021년 출시된 모다모다 샴푸는 사과를 공기 중에 두면 갈변하는 현상에 착안한 제품이다. 감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염색되는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8개월여 만에 6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럽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 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샴푸의 원료인 1, 2, 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을 화장품 사용 금지 성분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성분 개발을 주도한 이해신 KAIST 석좌교수는 “모다모다는 기존 염색약에 들어가는 염모제를 쓰지 않은 신기술”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현재 식약처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추가 위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배 대표는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유럽과 국내에서 제동이 걸렸다”며 “나라마다 규제가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더 박차를 가했다”고 말했다.
“문제 된 성분 빼…기술로 위기 극복”
새롭게 내놓은 2세대 제품에는 THB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 대신 신규 폴리페놀 성분인 ‘블랙 체인지 콤플렉스 EX’ 기술을 활용해 갈변 기능에 헤어 코팅 효과까지 더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인장 시험에서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이 제품을 썼을 때 두 배 정도 더 늘어나는 결과를 얻었다.
이어 배 대표는 “신제품은 유럽 화장품 등록 시스템인 CPNP 등록을 마쳤으며, 독일 피부과학연구소의 더마테스트에서 생리대의 안전성에 버금간다는 ‘엑설런트’ 등급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모다모다는 이번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해외 시장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미국 아마존을 시작으로 월마트·소피·라쿠텐 등 대형 쇼핑 채널에 입점했다. 브라질과 폴란드 기관·기업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재 전체 매출의 30%가량이 해외에서 나온다.
모다모다가 신시장을 개척한 이후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기업도 염색 샴푸를 내놨다. 배 대표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가 규제로 위기를 맞았지만, 신기술로 잠재력을 되살렸다”며 “국내 대기업을 넘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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