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자연환경을 기술로 극복…시장 개방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세종=주상돈 2023. 10. 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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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초는 수분 함량이 20% 미만이 되도록 말린 풀로 한우와 젖소 등 반추가축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선택의 여지 없이 값비싼 수입 건초를 사용해 왔으나 열풍건초 생산시스템을 이용한 국내에 안정적인 건초 생산과 유통 기반이 만들어진다면 양질의 국내산 풀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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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주 등에 풀사료 개방 임박
그간 국내 수분함량 불균형에
비싼 수입건초 써야만 했지만
열풍 건조로 품질 향상 성공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건초는 수분 함량이 20% 미만이 되도록 말린 풀로 한우와 젖소 등 반추가축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초는 저장과 유통, 가축 급여가 편리해 축산농가에서 선호하는 형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건초를 미국, 호주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100만t에 달한다. 건초 수요는 최근 고급육 생산과 가축 마릿수 증가, 섬유질배합사료(TMR) 산업 활성화 등으로 인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다 보니 해상 운임 및 환율 상승과 선적지연, 주요 생산국 기상 이변 등으로 인한 건초의 수급과 가격 상승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축산농가의 경영비 상승 등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또 앞으로 풀사료 수입 시장 개방이 2024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2026년 미국, 2028년 호주까지 예정된 상황이다. 수입 자유화 이후 접근성이 유리해진 수입산 풀사료 수요가 급격히 늘면 국내산 풀사료 생산기반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국내에 건초생산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논에서 벼를 수확한 후에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의 동계 사료작물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동계 사료작물의 수확기는 주로 5~6월인데 이 시기에는 봄비가 잦아 건조가 늦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풀사료의 약 80% 이상이 수분 20% 이상인 담금(원형 곤포) 먹이 형태로 생산되고 있다. 담금 먹이의 장점도 있지만, 건초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렵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이러한 국내 건초 생산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풀사료 열풍건초 생산시스템'을 개발했다. 풀사료를 재배 현장에서 2일 이상 자연 건조한 후 수분 함량이 40~50%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공장으로 이송하여 해체·절단해 열풍건조기로 건조하는 기술이다. 열풍건초 생산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자연건조가 어려운 국내 환경에서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건초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열풍건초 생산비를 분석한 결과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열풍건초로 건조할 경우 수입 건초(티머시) 대비 54~46% 저렴하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열풍건초 생산시스템 개발은 안정적인 건초공급으로 사료비를 절감해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기존 낙농 농가 또는 섬유질배합사료 생산업체에서는 국내산 풀사료의 수분 함량이 균일하지 않아 배합에 사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선택의 여지 없이 값비싼 수입 건초를 사용해 왔으나 열풍건초 생산시스템을 이용한 국내에 안정적인 건초 생산과 유통 기반이 만들어진다면 양질의 국내산 풀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진흥청 신기술 보급사업과 연계해 올해부터 익산, 경주, 영암, 논산 총 4개 지역에 열풍건초 생산시스템을 설치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풍건초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열풍건초 유통과 이용 활성화를 위해 축종별로 열풍건초 급여효과와 이용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2024년부터 예정된 풀사료 수입 자유화에 대비해 열풍건초 생산시스템이 현장에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사업'과 연계하여 풀사료 생산 경영체와 유통센터를 대상으로 보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국내에 건초 생산기반이 구축된다면 안정적 수급과 가격변동에 불안했던 축산농가의 경영 안정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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