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1st] PSG 오른쪽 조합 '이강인·자이르에머리·하키미'여야 왼쪽 음바페도 극대화된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슈라프 하키미(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워렌 자이르에머리(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만약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지금과 같은 공격적 전형을 유지하려면 오른쪽 윙어로 이강인이 더 적합한 인재일 수 있다.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F조 3차전을 치른 파리생제르맹(PSG)이 AC밀란에 3-0 완승을 거뒀다. PSG는 조 1위(승점 6)로 올라섰고, 밀란은 조 최하위(승점 2)로 추락했다.

이날도 엔리케 감독은 공격적인 전형으로 경기에 나섰다. UCL에 공개된 전형은 4-3-3이었지만 실제로는 왼쪽 미드필더인 비티냐가 왼쪽 윙어처럼 올라서는 4-2-4에 가까웠다. 아슈라프 하키미가 중원을 채울 경우 지난 스트라스부르전처럼 3-3-4와 같은 전형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뤼카 에르난데스가 하키미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에 포백 전형이 장시간 유지됐다.

이날 선발로 나선 오른쪽 조합은 하키미, 마누엘 우가르테, 우스만 뎀벨레였다. 우가르테와 워렌 자이르에머리가 중원 파트너로 나올 때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이 조합은 뎀벨레가 이강인과 교체된 후반 26분까지 유지됐다.

이날 오른쪽에서는 이렇다 할 파괴적인 모습이 나오지 못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뎀벨레가 기본적으로 측면 지향적인 선수라는 점이다. 뎀벨레가 측면에서 드리블로 전진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하키미는 중앙으로 침투하거나 후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하키미가 날카로운 크로스도 곧잘 구사함을 감안하면 측면 오버래핑이 거의 나오지 않은 건 PSG 공격력에 감점 요인이 됐다.

우가르테가 공격보다 수비가 더 훌륭하다는 점도 오른쪽 공격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우가르테는 전진 드리블이나 공 탈취가 좋은 자원이지 패스나 공격 시 위치 선정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그렇다보니 오른쪽에서 공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았고, 공격도 개인 기량에 의존했다. 이날 첫 2골이 왼쪽 공격과 세트피스에서 나왔다는 점, 파울로 취소된 득점 장면이 역습 한 방에서 나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뎀벨레가 이강인과, 우가르테가 파비안 루이스와 교체된 후로는 하키미, 자이르에머리,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 조합은 프리시즌 첫경기였던 르아브르전과 프랑스 리그앙 개막경기였던 로리앙전을 통해 파괴력이 검증됐다.

이날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이강인과 자이르에머리, 하키미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선수들처럼 한 선수가 공을 잡는 위치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끊임없이 삼각대형을 만들었다. 그러자 오른쪽 공격에 혈이 뚫렸고, 전반적인 공격 전개도 유려해졌다.

이강인의 쐐기골 장면도 이러한 공격 작업에서 비롯됐다. 센터서클에서 공을 잡은 자이르에머리가 하키미에게 공을 건넸고, 하키미는 곧장 오른쪽 터치라인 쪽에 있던 이강인에게 패스했다. 이강인은 다시 측면으로 나가는 자이르에머리에게 공을 주는 동시에 중앙으로 침투했다. 자이르에머리는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간 다음 컷백을 보냈고, 곤살루 하무스가 흘린 공을 이강인이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킬리안 음바페. 게티이미지코리아

하키미, 자이르에머리, 이강인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조합은 킬리안 음바페에게도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음바페는 이날 5개 중 4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할 만큼 걸출한 결정력과 기회 창출 2회를 기록할 정도의 전진 패스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다.

이날도 왼쪽과 중앙을 오가며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선제골 장면은 에머리가 잘 버텨주고 음바페에게 공을 넘긴 공로는 있지만, 사실상 음바페가 홀로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음바페는 상대를 앞에 두고 중앙으로 접는 듯 움직이다가 한 박자 빠르게 가까운 골대 쪽으로 공을 차넣었다. 피카요 토모리가 미끄러지고 마이크 메냥 골키퍼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슈팅이었다.

이러한 음바페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은 음바페를 홀로 두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반대쪽에 선수를 모이게 만들어 음바페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시즌 뉴캐슬유나이티드가 구사한 전술이었다. 킥이 좋은 라이트백 키어런 트리피어를 필두로 오른쪽에 과밀화를 만들면, 왼쪽에서 드리블이 좋은 알랑 생막시맹이 개인 기량으로 상대 수비를 허무는 구조였다.

PSG에서 이를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오른쪽 조합이 이강인, 자이르에머리, 하키미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세 선수는 패스워크를 통해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모두 한 번에 반대 전환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러한 파괴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후반 37분 나왔다. 해당 장면에서 오른쪽에는 상기한 세 선수에 더해 랑달 콜로 무아니까지 있었다. 자이르에머리가 자기 진영에서 실수한 것을 압박으로 뺏어내 만회했고, 되찾은 공을 하키미가 곧바로 앞에 있던 이강인에게 건넸다. 이강인은 원터치 패스로 콜로 무아니에게 패스했고, 어느덧 언더래핑을 시도한 하키미가 콜로 무아니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전진했다. 하키미의 패스는 비티냐를 거쳐 음바페에게 빠르게 배달됐고, 음바페의 슈팅은 메냥 골키퍼의 손과 골대를 연달아 맞고 나갔다.

이날 이강인은 짧은 시간에도 자이르에머리, 하키미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고 쐐기골까지 넣었다. 엔리케 감독이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전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걸출한 공격수인 음바페가 있는 왼쪽과 그 반대편에 불균형을 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를 위한 최적의 오른쪽 조합은 이강인, 자이르에머리, 하키미가 돼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