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50㎏ '자메이카산 킹콩' 코번 "올 시즌 목표 40승"
"지난 시즌 성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온 이상 우리 팀의 목표는 우승입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새 외국인 센터 코피 코번(24·자메이카)은 자신만만했다. 그럴 만도 했다. 키 2m10㎝, 체중 150㎏의 압도적 체격을 가진 코번은 마주 선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줬다. 한국 무대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8일 컵대회 첫 경기에서 강팀 서울 SK전에서 골 밑 장악 능력도 입증했다.
두 시즌 연속 외국인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SK 자밀워니(29·미국)와 맞대결에서 당당히 33점 9리바운드를 올렸다. 코번은 최근 두 시즌 연속 정규시즌 최하위(10위)에 그친 삼성을 2023~24시즌엔 상위권으로 끌어 올릴 해결사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용인 기흥구 삼성 농구단 훈련장에서 만난 코번은 "지난달 초 난생처음 한국 땅에 와서 좋은 동료들과 열심히 훈련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다. 내가 별명이 왜 '자메이카산 킹콩'인지 보여줄 일만 남았다"며 여유롭게 웃었다.
코번은피지컬만큼이나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자메이카 태생이다. 더 놀라운 건 16세 때까지 육상 단거리 선수와 축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때까지 농구는 해본 적 없다. 특히 7세 때 시작한 육상에선 '황제' 우사인 볼트를 배출한 '육상 강국' 자메이카에서도 100m 특급 유망주로 꼽혔다고 했다. 농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014년 한 해에만 12㎝가 크면서다. 2m에 가까웠던 중학생 코번은 미국 고교 농구 스카우트의 영입 대상이 됐다.
코번은 수많은 고교팀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2015년 뉴욕 퀸즈의 농구 명문 오크힐 아카데미 농구부에 입단했다. 코번은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처럼 고교에서 뒤늦게 농구를 시작하고도 단시간에 정상급 센터로 올라섰다. 팀도 우승을 휩쓸었다. 코번은 "나는 덩치가 컸지만 육상 덕에 빨랐고, 축구를 해서 팀 스포츠에 익숙해 농구를 빨리 배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코번은 고교 마지막 해엔 무려 26개의 농구 명문 대학으로부터 장학생으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전력이 강한 팀 대신 만년 하위 팀이었던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를 택했다. 일리노이대 코치진은 전국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은 못 냈지만 센터를 키우는 데는 일가견 있었다. 그곳에서 코번은 업그레이드를 거듭했다. 2021년엔 팀을 전미 랭킹 1위로 이끌며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3학년 때까지 매년 우승 트로피를 든 코번은 2022년 전미 대학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그는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대학 4학년 진학을 포기하고 미국프로농구(NBA)에 도전했다. 하지만 유타 재즈 입단이 불발됐다. 그는 프로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시즌 중이었던 일본으로 건너가 니가타 알비렉스에서 반 시즌을 뛰었다. 프로 무대에서 풀시즌을 소화하는 건 올 시즌 삼성이 처음이다. 코번은 "삼성이 꼴찌 팀이라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내가 입학하기 직전 해 일리노이대 성적이 15승40패였는데, 내가 뛰면서 40승15패로 180도 바뀌었다. 나는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지난 시즌 14승40패였으니, 이번엔 40승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코번은 지난 21일 개막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부산 KCC를 상대로 18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KCC가 더블팀(2명 동시 수비)을 하자 동료에게 패스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도 보였다. 코번은 "100% 적응이 끝나면 상대는 나를 샤킬 오닐(2m16㎝·147㎏의 NBA 레전드 센터)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생 코번은 삼성의 분위기 메이커다. 그는 코트에서 한국으로 "힘내" "조금만 더"를 외치고 한국 선수들과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낸다. 그는 "나는 3남2녀 중 막내다. 자메이카인들은 3대가 한 집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고 형제들끼리 한 침대에서 뒤엉켜 잘 만큼 화목하다.
자메이카 특유의 '흥겨움'이라는 한국 '정'이라는 정서와 비슷하다"며 한국 문화 적응 비결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 농구 아이큐와 카리스마 그리고 실력이라면 삼성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우승은 물론 MVP, 득점·리바운드왕을 모두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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