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김범수 빼고' 카카오 송치…따로 구속영장 신청할 듯
금융감독원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카카오 등 관련자를 검찰에 넘겼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대해서는 “공모 정황이 확인된다”면서 추가 송치를 예고했다.
주가 조작 5명 송치…카카오도 포함
특사경은 “배 대표 등 3명이 지난 2월 SM엔터에 대한 하이브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운용사인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내부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가 주문 등 전형적 시세조종 수법”
특히 특사경은 배 대표 등 3명이 지난 2월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고가 매수, 종가 관여 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고가 매수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내 주가를 띄우는 것이고, 종가 관여는 장 막판 시간 외 매매 때 고가 주문을 내 종가를 올리는 방식이다.
실제 SM엔터 주가는 지난 2월 10일 하이브가 공개 매수 선언 후, 급등해 같은 달 15일 공개 매수가 12만원을 넘겼다. 이 영향에 하이브는 추가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IBK 투자증권 판교점에 SM엔터 대량 매수주문이 몰리고, ‘기타법인’이 108만 주 이상 순매수하는 등 이상 거래 의혹이 불거져 하이브가 금감원에 진정서까지 냈다.
“은폐 방법 자문도 받아…내부통제 미흡”
또 특사경은 “범행은 내·외부 통제를 받지않는 비공식적인 의사 결정 절차로 진행했고, 법무법인 등을 통해 범행 수법이나 은폐방법을 자문받는 등 내부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금융전문가·법률전문가그룹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건”이라고 했다.
자본시장법상 양벌규정은 ‘법인이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 적용하지 않는다. 특사경은 이 점을 고려해 카카오·카카오엔터의 내부통제 미흡 정황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범수 공모 정황 확인”…구속영장 가능성
법원에서 관련 혐의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혐의가 인정되려면, 고가 주문 사실 뿐 아니라 시세 조종 목적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성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시세조정 의도가 담긴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특사경이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증거가 없어도, 시세에 영향을 끼치는 아주 특이한 패턴으로 주식 매수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시세조정 혐의가 인정되면, 카카오·카카오엔터에 대한 양벌규정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 10% 초과분을 팔거나 다른 곳으로 넘겨야 하기 때문에 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 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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