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김범수 빼고' 카카오 송치…따로 구속영장 신청할 듯

김남준 2023. 10. 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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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카카오 등 관련자를 검찰에 넘겼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대해서는 “공모 정황이 확인된다”면서 추가 송치를 예고했다.


주가 조작 5명 송치…카카오도 포함


주가 시세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6일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엔터 투자전략 부문장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 검찰 송치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은 양벌규정(법인 대표자나 직원 등 관련자가 법을 위반하면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을 적용해 역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특사경은 “배 대표 등 3명이 지난 2월 SM엔터에 대한 하이브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운용사인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내부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가 주문 등 전형적 시세조종 수법”


특히 특사경은 배 대표 등 3명이 지난 2월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고가 매수, 종가 관여 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고가 매수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내 주가를 띄우는 것이고, 종가 관여는 장 막판 시간 외 매매 때 고가 주문을 내 종가를 올리는 방식이다.

실제 SM엔터 주가는 지난 2월 10일 하이브가 공개 매수 선언 후, 급등해 같은 달 15일 공개 매수가 12만원을 넘겼다. 이 영향에 하이브는 추가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IBK 투자증권 판교점에 SM엔터 대량 매수주문이 몰리고, ‘기타법인’이 108만 주 이상 순매수하는 등 이상 거래 의혹이 불거져 하이브가 금감원에 진정서까지 냈다.


“은폐 방법 자문도 받아…내부통제 미흡”


또 특사경은 “범행은 내·외부 통제를 받지않는 비공식적인 의사 결정 절차로 진행했고, 법무법인 등을 통해 범행 수법이나 은폐방법을 자문받는 등 내부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금융전문가·법률전문가그룹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건”이라고 했다.

자본시장법상 양벌규정은 ‘법인이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 적용하지 않는다. 특사경은 이 점을 고려해 카카오·카카오엔터의 내부통제 미흡 정황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범수 공모 정황 확인”…구속영장 가능성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 창업자는 이번 송치에서 빠졌다. 금감원은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추가 송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10일 안에 사건을 송치해야 하므로 배 대표 등에 대한 송치가 먼저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특사경이 향후 김 창업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이번 송치에서 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 창업자 측 변호인은 “모든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법원에서 관련 혐의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혐의가 인정되려면, 고가 주문 사실 뿐 아니라 시세 조종 목적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성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시세조정 의도가 담긴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특사경이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증거가 없어도, 시세에 영향을 끼치는 아주 특이한 패턴으로 주식 매수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시세조정 혐의가 인정되면, 카카오·카카오엔터에 대한 양벌규정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 10% 초과분을 팔거나 다른 곳으로 넘겨야 하기 때문에 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 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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