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려면 잘 추락해야 한다_돈쓸신잡 #121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은 초능력자에 관한 이야기다. 김두식(조인성)은 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다. 그의 연인 이미현(한효주)은 김두식에게 묻는다.
이 대사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우리 모두는 훨훨 경쾌하게 날고 싶지만, 당연히 삶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난기류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원하는 것을 거의 다 이뤘다고 생각할 때 갑자기 지금까지 쌓은 것들이 무너지기도 하고, 본인이 잘못하지 않은 일로도 추락할 수 있다. 옳은 길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달렸는데, 뒤돌아보니까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추락해도 삶은 계속된다는 거다.
당연히 이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 시장 전체에 폭우가 쏟아질 땐 누구도 이 비를 온전하게 피하기는 어렵다. 주식도 부동산도 다 마찬가지다. 시장이 호황일 땐 훨훨 나는 기분이 들겠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자산의 가격이 내려가면 땅으로 추락한 것 같은 상실감이 든다.
중요한 건 잘 떨어지는 방법이다. 어떻게 떨어지느냐에 따라 부상의 정도는 다르다. 머리부터 떨어지면 치명상을 입는다. 다시 못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비교적 덜 치명적인 부위로 떨어지면 경미한 부상으로 끝날 수 있다. 회복한 후에 다시 훨훨 날 수도 있다. 투자 역시 떨어지더라도 잘 떨어져야 한다.
아마도 주식을 통해 빠르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빚을 낸 후에 주식을 샀는데 하락장을 맞이하면 멘탈이 바사삭 무너지기 쉽다. 그 결과 이 하락을 한방에 만회하려고 다시 한번 또 무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반면, 빚이 아니라 여유 자금으로 주식 투자를 한 경우엔 그나마 이런 함정에 빠질 위험이 낮다. 하락장엔 모두가 힘들다. 대부분 추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머리부터 추락하는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을 내서 사는 자산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하락장 없이 오르기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부동산 가격은 지지부진했다. 그래서 빚을 내 집을 사는 경우엔 하락장이 오더라도 본인이 버틸 수 있는 시나리오 내에서 실행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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