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이 '증세안경'인데…日기시다 "저소득층 지원" 돌연 감세 왜
최근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소득세 감세에 이어 저소득층에 가구당 10만엔(약 90만원)을 나눠주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방위비 증액·아동 수당 확대 등을 위해 필요 예산이 급등한 상황을 무시한 '선거용 돈 뿌리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26일 열린 중의원 질의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금 확충 등을 향후 경제 대책에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23일 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서 "세수 증액분을 국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른 조치로 내년 전국민을 대상으로 소득세 3%와 주민세 1%를 감면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더해 소득세·주민세 비과세 대상인 저소득층에는 올해 봄 3만엔을 지급한 데 이어 추가로 7만엔을 지원해 총 10만엔을 나눠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증세 불만에 지지율 떨어져
기시다 총리가 갑작스럽게 감세 정책 및 현금 지원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고물가 상황에서 세금 증액 등으로 정권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일본 소비자 물가는 수십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인 3%대 상승을 기록하고 있고 더불어 세금 징수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 2년 사이 소득세와 주민세 세수 증가분만 약 3.5조엔(약 31조 원)에 달해, 이 증가분을 물가 상승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방위예산 대폭 증액을 선언하면서 예산 충당을 위해 소득세는 물론 법인세, 재산세, 담배세 등의 세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거기에 그동안 소비세 면제 대상이던 소상공인들에게도 세금을 부과하겠단 방침이 발표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네티즌들은 기시다 총리에게 '증세 안경(増税メガネ)'이란 별명까지 붙이며 각종 '밈(meme)'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주요 일본 언론사들의 정례 여론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021년 10월 정권 출범 후 최저로 떨어졌다. 마이니치신문이 이달 14∼15일 실시한 조사에선 지지율이 25%에 그쳤고 지지통신(26.3%), 교도통신(32.2%), 아사히(29%), 산케이·FNN(35.6%) 등의 조사에서도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치가 나왔다. 22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자민당이 기존 2석에서 1석을 잃어 '기시다의 패배'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기에 가깝다" 비판도
그러나 이번 감세안 및 저소득층 현금 지원에 대해선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로 정치인인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郎) 입헌민주당 의원은 X(트위터)에 "선거 목적의 돈 뿌리기. 1년 후엔 다시 방위 증세로 부담 증가. 거의 사기에 가깝다"라고 적었다. 자민당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참의원 간사장도 25일 임시국회 질의에서 "물가 상승에 대응해 총리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지가 (국민에게)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면서 "내각 지지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큰 원인은 (총리가)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로, 임기가 끝나기 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러 승리해야 재선에 유리해진다. 일본 정계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여론의 동향을 살펴 12월 내에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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