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결' 외침 속…민주 '굿캅-배드캅' 역할분담 지속 왜?

'체포동의안 가결파' 징계 불씨 여전
명분 얻은 개딸들 비명계 공격 지속
공천 정국 오면 경선 영향력도 관건
비명들 "李, 어물쩡 넘어가지 말라"

단식 이후 치료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청래 최고위원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결파 징계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밝혔지만 강성 지지층의 과격 행위는 잦아들지 않는 양상이다. 연이은 이 대표의 '통합' 기조 설파에도 계파 갈등은 표면적으로만 일단락되고 이면에는 여전히 불안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계파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을 두고는 당 지도부가 '굿캅(착한경찰)'과 '배드캅(나쁜경찰)로 나눠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당대표가 나서서 통합을 외치고 있음에도 "가결한 비명계에 대한 신상필벌이 필요하다"라는 지도부 내 목소리가 상충하고 있다.

이재명 굿캅·정청래 배드캅 역할 수식
징계 여지, 개딸들엔 비명계 공격 명분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 대표가 통합 의지를 피력하면서 포용력을 과시한 것에 '굿캅(착한 경찰)'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반면 가결파 징계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강경파 정청래 최고위원 등은 '배드캅(나쁜 경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배드캅 역할은 비명계 처단의 목소리를 높여온 강성 지지층 '개딸'의 마음을 다독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동시에 이들이 비명계를 공격할 명분을 제공해 주는 역할로도 여겨지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이란) 해당행위를 해놓고도 '이걸 징계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게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것으로 징계 논의는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는 "따로 해야 한다. 그것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사항"이라며 거듭 징계 의지를 드러냈다.

비명계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따라 가결파에 대한 징계 움직임은 '계속 살아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징계 움직임이 살아있는 것에 더해 이들이 향후 공천 과정에서도 충분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끊이지 않는다.

강성 지지층들은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를 일찌감치 '수박 지역구'라고 규정짓고 친명 원외 인사에 대한 응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구 의원 경선 '당원 투표' 비중에서 개딸의 영향력을 확인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비명계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기저에는 이 대표가 통합을 외치면서도 정작 개딸의 과격한 행위를 '강력히 저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깔려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딸들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가결을 했던 사람들을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들 중에는) 권리당원들이 많다. 그렇게 될 경우 (경선 과정에서) 떨어뜨리려고 움직일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가 설령 포용을 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쉽지 않다. 개딸들의 움직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비명계들이 모를 리가 없다"라며 "비명계로선 개딸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명계에선 "엇박자 계속 나온다…
포용하는 것처럼 하며 고사 작전"

비명계 의원들은 자신들을 향한 멸칭인 '수박'이 일상화된 것에 더해 개딸들의 문자폭탄, 지역구 항의방문 등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비명계는 자신들을 '언제 내려칠지 모르는 도마 위 생선'에 비유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가결파' 징계 시점과 관련 '경선 국면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도마 위 생선처럼) 칠까 말까. 누구는 옆에서 '쳐야 된다' 그러고 누구는 '내버려 두라' 그런다"라면서 "(당에서도) 엇박자가 계속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원욱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강성 지지자들이 난입해 '왜 이재명 대표의 사진이 없느냐', 또 현수막을 걸어서 '나한테 단 한 발의 총알이 남아 있다면 왜놈보다 이런 매국노를 먼저 처단할 것'이라고 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개딸들의 비명계 공격 등) 여기에 대해서는 왜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제지도 안 하고 그냥 놔두느냐"라며 "결국은 (이 대표가) 굉장히 포용하는 것처럼 하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고사 작전을 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라고도 비판했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체포동의안 부결을 선동한 의원들과 그에 동조한 개딸의 행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이 대표를 향해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말로 묵과하며 어물쩡 넘어갈 사안이 아님을 말씀드린다"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