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직후 수상한 메시지... 경찰청장 "누군지 기억 안나"
[조혜지, 남소연 기자]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두고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안전 지휘부에 해당하는 기관장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참사 1주기를 맞아 유족들을 찾아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경찰이 주도적으로 신속 수사해 구청장급 이상에 안전 책임을 귀책시켜 초기 가닥을 명쾌히 가져야 한다.
윤 청장이 해당 메시지를 받은 시각은 지난해 10월 30일 0시 40분, 참사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 윤희근 경찰청장이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
ⓒ 남소연 |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국감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윤 청장은 해당 메시지에 대해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천 의원은 "참사 구조 활동이 벌어질 때 책임 회피 목적으로 홍보담당관에게 '즉시 수사본부 꾸려 지자체, 주최 측 안전 조치 책임 사실'을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드러났다"면서 "이 메시지를 누구한테 받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윤 청장은 "충분히 이런 게 있을 수 있지만 누가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관련 메시지도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천준호 : "기억이 안 난다는 게 해명이 됩니까? 행안부 장관이 보냈습니까?"
윤희근 : "아닙니다."
천준호 : "그럼 대통령실에서 보냈습니까?"
윤희근 : "전혀 아닙니다."
천준호 : "그럼 누가 보냈기에 '네 알겠습니다' 깍듯이 답변할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입니까. 대통령이 직접 보냈습니까?"
윤희근 : "그렇지 않습니다."
천준호 : "정확합니까?"
윤희근 : "네."
천준호 "나중에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내용이에요. 정확하게 답하십시오."
윤희근 : "네, 아닙니다."
사라진 기억을 놓고 천 의원과 윤 청장의 문답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 다른 메시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청장이 10월 30일 오전 3시께 경찰 간부 2명에게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 책임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신속히 우리 청 조치 사항이 V(대통령) 등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돼야 한다' 등을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천 의원은 해당 메시지를 언급하면서 "메시지들이 책임 회피를 담고 있다"라면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질타했다.
윤 청장은 "돌이켜 보면 많은 회한이 드는 것이 사실이고 입이 열 개라도 유족들과 당시 희생된 분들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라면서도 "경찰 책임 회피를 위한 수사 지시가 아니다"라고 재차 해명했다. 윤 청장은 "업무 지시를 보면 수사만 있는 게 아니라 신속하게 현장 구조를 위한 최대 인력을 동원하고 교통 관리와 남은 분들을 구조하라는 지시가 선행돼 있고 그 후 책임 문제가 불거질 거라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수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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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선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태원 참사 유족을 찾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에게 "(이 장관이 낸) 입장문을 보면 무한히 책임진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라면서 "대통령을 모시고 참사 1주기를 맞아 유족분께 방문해 아픔에 대한 사과를 할 용의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이에 "네, 그럴 의사가 당연히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특별법 제정 협조에 관한 질문에 대해선 "국회에서 논의를 해주시는 게 맞다"고 일축했다. 이 장관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이태원 참사 1주기 소회' 질의에 "10·29 참사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큰 슬픔을 겪고 계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면서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고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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