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Q sign #22] 목사의 섬뜩한 기도소리

전병선 2023. 10. 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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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의 겨울은 춥다. 눈도 많이 온다. 그 한겨울에 베이비시터를 하는 집에서 나와보니 차가 꽁꽁 얼어 있었다. 시동을 걸어서 겨우겨우 길로 나아 오기는 했는데, 도대체 앞이 보여야 운전을 하지. 앞창에 더운 바람을 날리고 물을 쏘아 보아도 워낙에 기온이 낮다 보니 잠시 녹는 듯하다가 이내 다시 얼어 버린다.

자동차 앞창은 그야말로 성애로 뒤덮여 백태 낀 눈동자 같다. 문제는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차들이 있다. 그들의 차들도 형편이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내내 달리던 차와 방금 집 안의 차고에서 나온 차들은, 최소한 나와 같이 심각한 상태가 아니니 달리려고 하는데, 앞에 있는 내 차가 굼실거리고 있으니 사방에서 클랙슨을 눌러댄다. 아무리 그러한들, 다만 다른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하여 움직일 수밖에 없는 내 입장은 굼벵이 중에도 할매 굼벵이가 될 수밖에.

“하나님,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내 아파트로 가는 길에 위험천만한 내리막길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길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마지막 길”을 떠나는 것이다.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시편 27:1)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현실적으로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1982년 봄, 조용기 목사님의 영접 기도를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주님과 구원자로 영접을 한 여의도순복음교회. 결국, 그 날 교회에 간 것이 미국에 들어오기까지 한국에서의 교회 출석이었고 몰래 구역예배만 다니곤 했다. 구역장은 박영자, 조장은 김복재인데 둘은 시누 올케 사이였다.

그냥, 집에서 날마다 홀로 예배를 드리며 갖가지의 마귀들과 전쟁을 치르며 가족 구원을 위해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를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셨다. 미국에 들어가 보니, 아파트 바로 옆에 순복음교회가 있었고 그 교회는 바로 최자실 목사님의 큰 아드님이신 김성수 목사님이 목회하시는 나성 순복음교회였다. 진실로 기적같이 온 가족이 같이 앉아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기뻤지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서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 그 교회는 내게 집, 그 이상이었다. 그 교회에서 평신도로 집사로 구역장으로 성가대원으로 전도사로 목사로 섬기다가 캘리포니아를 떠나게 되었는데, 뒤돌아보면 그 교회에서 죽을 고비도 넘겼지만, 마음껏 기도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였다. 원래의 사역은 행정전도사로 시작을 해서 교회의 행정 비서였으나, 중보기도 사역도 했고 성경통독 사역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나의 교회’였다. 그 교회를 떠난 이후, 다시는 그렇게 기도를 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새롭게 살게 되는 지역의 교회를, 소망을 가지고 기웃거렸지만, 그 교회에서처럼 기도를 할 수 있는 교회는 없었다. 그래서 마음이 늘 고프고 허전했다. 결국엔 마음껏 아쉬운 대로 집에서 할 수밖에.

그 교회에서, 저녁을 먹고 치운 후에 교회로 갔다. 성전 앞 가운데에 앉아서 기도를 드리다 보면, 여자 전도사님들과 권사님들이 오셨다. 최소한 열 명의 기도자가 매일 밤이 맞도록, 새벽이 오도록 그렇게 같이 기도를 드리곤 했다. 기도를 하다가 성령께서 붙잡아 주시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 기도를 하게 된다. 경험한 바로는, 4시간이 넘어가게 되면 기도 드리는 내 음성이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분명히 내가 기도를 하고 있는데 내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니라 영음으로 들려진다.

그 날도 은혜가 쏟아 부어져서 거의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눈이 열리며 기도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현기증이 날 때 눈에 보이는 것은 니켈 혹은 은빛의 비늘 같은 것이다. 그날 밤하늘로 올라가는 기도는 미세한 금빛 비늘같이 보였다. 무수수한 금빛 비늘들이 하늘로 뚫린 커다란 원통 안에서 위로, 위로,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기도를 드리는 나에게 기쁨이 넘쳤다. 황홀한 경험이었다.
“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 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들의 기도들과 합하여 보좌 앞 금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지라.”(계 8:3, 4)

나성 순복음교회가 헐리우드로 이전한 뒤의 어느 날의 새벽예배 시간이었다. 그 날은 담임이신 김성수 목사님께서 한국으로 출타 중이시라 부목사 가운데 한 명이 새벽예배를 인도하고 있었는데, 간단한 말씀이 선포되고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성도이었을 때는 늘 가운데 앞자리가 내 자리였지만, 사역자가 된 후에는 맨 뒷자리에 앉아서 성도들을 보살피게 된다. 그 날도 성전 오른쪽 뒷자리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강대상에서 기도를 인도하고 있는 목사의 기도 소리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장면, 보름달이 뜬 산꼭대기에서 늑대나 이리가 부르짖는 소리(Howling)가 아닌가. 기도를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성전 문 3개중 왼쪽 문에서 까맣고 튼튼한 줄로 짜인 거대한 그물이 “휘~익”하고 들어 오더니 성도들 위로 덮치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외치기 시작했다.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흑암의 세력은 당장에 이 성전에서 그물을 거두고 떠나갈지어다, 떠나갈지어다!”

마치 그 마귀가 내 앞에 서 있기라도 한 듯,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성도들을 덮친 그 마귀 세력을 대항했다. 얼마나 그렇게 했을까? 마침내 성도들을 덮고 있던 그 시커멓고 거대한 그물망이 스르르 벗겨지더니 슬금슬금 사라졌다. 내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써 대도 누구 하나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계속>

◇김승인 목사는 1947년에 태어나 서울 한성여고를 졸업하고 1982년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LA 기술전문대학, Emily Griffith 기술전문대학을 나와 패션 샘플 디자인 등을 했다. 미국 베데스다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북미총회에서 안수받았다. 나성순복음교회에서 행정 비서를 했다. 신앙에세이를 통해 문서선교, 캘리포니아에 있는 복음방송국(KGBC)에서 방송 사역을 했다.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논픽션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했다.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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