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선단 공정 전환 집중…내년 HBM 전략 투자(종합)
내년 CAPEX, 올해 대비 증가분 최소화
주력 고부가 제품 중심·선단 공정 전환
D램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가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에도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체 설비투자(CAPEX)를 늘리기보단 선단 공정 전환에 집중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 주력 제품 투자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최대 80% 급성장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선 최신 제품인 HBM3E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6일 3분기 실적 발표 뒤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CAPEX를 올해 보다 늘리지만 증가분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해 AI용 메모리 수요 대응을 위해 CAPEX를 늘리되 그 외 부문에선 투자를 줄이고 있다. 올해 CAPEX를 지난해(19조원)보다 50% 이상 줄일 계획이다.
내년에도 재무 건전성을 위해 CAPEX 규모를 늘리기보단 D램 10나노 4세대(1a), 5세대(1b) 중심으로 공정 전환에 힘쓴다. 내년 말까지 1a, 1b 나노미터 생산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한다. 다만 HBM과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꼭 필요한 분야에선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TSV는 D램 칩에 수천개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전극으로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감산과 관련해선 당분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D램보다 낸드 업계 재고 수준이 높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낸드는 보수적 생산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가동률 회복은 시장 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 캐파(생산능력) 수준까지 도달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D램의 경우 최신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보단 DDR4 중심으로 감산이 이뤄지면서 공급 단에선 상반기에 이미 전체 D램 중 DDR5 비중이 DDR4를 앞서는 크로스오버 현상이 나타났다. 회사는 "수요 단에서 DDR5 크로스오버도 중요할 것"이라며 "공급 측면에선 이미 이번 분기부터 DDR5 물량이 부족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말 기준 재고는 2분기보다 의미 있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DDR5와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 HBM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선 수요가 늘면서 감산 효과까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연말 기준 재고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게 SK하이닉스 설명이다. 회사 측은 "D램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엔 재고 수준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연평균 60~8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들어 HBM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데다 HBM 제품 전환 속도도 빠르다 보니 시장 성장성이 높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최근 내년뿐 아니라 2025년을 내다보고 고객사, 파트너사와 기술 협업 및 캐파 논의를 진행하는 배경이다. 내년 전체 D램 시장 내 HBM 비중은 10%대 중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측은 "주력 제품인 HBM3에 이어 HBM3E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당사 HBM3E는 속도는 물론, 발열 제어와 고객 사용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HBM3와 HBM3E를 포함한 내년 캐파가 현시점에서 솔드아웃됐다"며 "당사 HBM3E 캐파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걸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회사는 이날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합병 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또 "키옥시아에 투자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투자자, 키옥시아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간접적으로 키옥시아 지분을 갖고 있어 이번 합병과 관련해 동의권이 있다.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통보를 받았다"며 "향후 별도 수출 허가 없이도 (장비) 반입이 가능하게 돼 중국 오퍼레이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VEU는 사전 승인 기업에 지정 품목에 대한 수출을 허용하는 포괄적 허가 방식을 말한다.
회사 측은 "중국 팹(공장) 운영 전략은 향후 지정학 상황이라든지 시장 수요와 향후 장기적 팹 공간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하기에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향후 활용 가능한 기술과 CAPA 믹스, 고객 수요를 고려해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추가적인 투자와 운영은 시장 상황과 본사 생산 시설 확보 현황을 살피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연결 기준 9조662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7.5% 감소한 수치지만 전분기보다는 24.1% 늘었다. 3분기 영업손실은 1조7920억원으로 전분기(2조8821억원)보다 적자 폭이 1조원 넘게 줄었으며 영업손실률은 20%를 기록했다. 순손실은 2조1847억원이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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