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싸우는 미국 법무부... 윤석열 정부·국회, 뭐하고 있나 [소셜 코리아]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김남근]
[소셜코리아 연속기획] 독과점 빅테크 두고만 볼 것인가
새로운 기술과 시장 지배력으로 무장한 빅테크 기업들이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수수방관하기에는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습니다. 유럽 등에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살펴봅니다.
② 표적광고와 개인정보 보호
③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란
④ 인공지능 시대, 혁신과 규제 사이
▲ 구글코리아가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연 '구글 포 코리아 2023' 행사에서 윌슨 화이트 공공 정책 총괄 부사장이 글로벌 중심에 선 K-앱, K-게임이라는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최종 이용자(소비자)-플랫폼', '플랫폼-사업적 이용자'의 양면 시장 속에 놓여 있다. 최종 이용자-플랫폼 사이에서 이용자 수의 증대는 다른 면의 플랫폼-사업적 이용자 관계에서 광고 효과나 플랫폼 내 상품판매 등 사업적인 편익과 효용을 증대시킨다.
그래서 플랫폼 최종 이용자의 증가는 다른 면에서 플랫폼의 사업적 이용자(Business User)에 대한 시장 지배력의 강화로 이어지고 사업적 이용자들은 플랫폼과의 거래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오픈마켓이나 배달앱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중기업, 소상공인의 80%는 매출의 50% 이상을 오픈마켓이나 배달앱의 중개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검색(네이버·다음), 오픈마켓(네이버쇼핑, 쿠팡), 소셜 네트워크(페이스북), 소셜 메신저(카카오톡), 동영상 서비스(유튜브), 배달앱(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의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대규모로 확보한 독점 플랫폼들은 새로운 시장으로 지배력을 이전하며 독점의 지배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비교시장 역할을 하는 네이버 포털(검색엔진)은 자사 네이버쇼핑이 잘 검색되도록 하여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네이버쇼핑을 불과 3년 만에 1위로 등극하게 하였다. 택시 호출 서비스의 95% 이상을 독점하게 된 카카오T는 자사 가맹점인 카카오블루를 출범하고 배차 몰아주기로 카카오에 20%의 수수료를 내는 가맹택시를 늘리고 이제는 직접 택시회사를 인수하여 직영택시로 택시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 등 오픈마켓, 배달앱 플랫폼은 상품중개 판매 외에 결제, 배송 등을 결합(끼워팔기)하여 핀테크, 물류산업으로 그 시장 지배력을 전이해 독점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쿠팡, LG에도 최혜대우 요구
중개판매를 통해 확보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 등의 데이터를 집약하여 자사 브랜드 (PB) 상품을 직접 판매하며 플랫폼 운영의 심판과 선수의 역할을 겸하는 문제도 대두된다. 중개판매로 시작한 아마존이 지금은 16만 개의 자사 브랜드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유통업체로 진화했듯이 쿠팡도 자사 브랜드 판매를 중심으로 납품업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같은 제조업 대기업도 쿠팡이 자사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소위 '최혜대우' 요구를 한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피해 신고를 할 정도이다.
한국에서 독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 입법 논의를 할 때마다 반대론자들은 한국에서는 구글 등 해외 빅테크의 국내시장 지배력이 약하고 독점 플랫폼 규제를 할 경우 국내 토종 플랫폼인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의 경쟁력만 약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시장 지배력이 급속하게 강화하고 있다.
세계 검색엔진 시장에서 92.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은 국내시장에서는 2017년 11%(네이버 75%)에서, 2021년에는 35%(네이버 56%)로 급속하게 국내 검색엔진 시장의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구글의 동영상 검색엔진 겸 메신저인 유튜브도 2023년 6월 기준 월간 실사용자 수(MAU)가 약 4115만 명으로 카카오톡(약 4155만 명)과 불과 약 40만 명 차이로 바짝 따라붙고 있다.
구글은 이렇게 확보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경쟁회사들의 사업을 방해하고 진입장벽을 쌓는 등 독점지위 남용 행위를 하고 있다. 구글이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사례를 중심으로 구글의 독점지위 남용 행위를 살펴보자.
구글, 삼성전자 자체 운영체제 탑재 방해
구글은 휴대폰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에 대해 애플의 iOS와 달리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많은 휴대폰 기기 제조회사들이 안드로이드를 채택하도록 한다. 안드로이드는 2022년 11월 기준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이 71.96%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같은 휴대폰 기기 제조회사도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운영체제를 개발하여 휴대폰에 탑재하려 하고 있다. 경쟁사인 애플은 휴대폰 기기와 운영체제인 iOS를 같이 발전시키고 있는데, 운영체제를 개발하지 못하고 휴대폰만 개발한다면 경쟁에서 불리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외에 구글플레이, 구글지도 등 여러 구글 모바일 서비스(Google Mobile Service, GMS)를 휴대폰에 탑재하려면 구글이 개발하지 않은 운영체제는 탑재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경쟁사 사업 방해의 독점남용 행위에 대해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했다.
구글, 원스토어 게임 출시 막아
소비자들이 게임, 음원, 전자책 등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구글플레이, 원스토어, 애플스토어 등의 앱마켓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야 한다.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앱마켓에서도 구글플레이가 압도적 1위이다. 이에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는 '원스토어'를 만들어 앱마켓 경쟁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게임사들이 원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게임사들에게 구글플레이를 통해서만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 구글플레이 1면에 게임상품을 노출(피처링)시켜 주고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고 유인했다.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사 플랫폼만 이용하도록 하는 소위 멀티호밍(multi-homing) 제한은 전형적인 독점 플랫폼 남용행위에 해당한다. 구글코리아의 내부 문서에는 원스토어를 '루저'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2018년 조사를 시작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집요한 조사를 막기 위한 분쟁을 거치며 2023년 4월에야 약 200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했다.
▲ 2021년 9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해 과징금 2074억원(잠정)을 부과했다. 그 다음 날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된 갤럭시 폴드 제품을 고객이 살펴보고 있다. |
ⓒ 연합뉴스 |
안티스티어링은 앱마켓을 구글과 애플이 독과점하는 상황에서 가격(수수료) 경쟁을 약화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 불공정행위다. 미국 최대 게임사가 애플의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를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캘리포니아 주법원은 이러한 안티스티어링은 불공정행위로 반경쟁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 때문에 음원회사들은 음원 이용료를 10% 이상 인상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구글의 계열사인 유튜브의 프리미엄 음원판매 사업과의 경쟁에서 급격히 밀려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판매가 일반화해 가고 있는 음원, 웹툰, 전자출판, 게임 등의 문화산업은 이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경쟁력 상실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출판사들도 전자책 출판을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되면서 미국에서는 구글플레이를 상대로 안티스티어링 금지를 구하는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또한 매출액 연 100만 달러 미만의 앱 개발자 등이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각각 1억 달러, 8천만 달러의 배상 합의를 한 바도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한 지난 2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정류장에서 카카오T 블루 택시가 콜을 받아 대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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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개념을 창조적 파괴라 했던 슘페터와 그 후예들은 혁신으로 형성되는 자연독점의 초과이익이 혁신을 유인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독점은 혁신을 유인하는 필요악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독점은 새로운 혁신기술이나 혁신기업이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공정경쟁법의 철학은 새로운 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으로 형성되는 자연독점을 깨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전기·통신사인 AT&T는 전국의 전기와 통신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독점 소송 제기로 법원은 AT&T를 각 지역별로 20여 개의 회사로 분할하도록 판결했다. 그 결과 인터넷 서비스와 같은 '창조적 파괴'의 혁신적인 새로운 통신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었다.
1980년대에는 PC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를 통해 웹브라우저마저 독점하려 하자 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독점 제소로 막았다. 그래서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나 애플과 같은 모바일 운영체제가 새로이 등장할 수 있었다.
특히 과거와 같이 혁신이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시장에서는 독점기업이 혁신의 유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수많은 혁신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동태적 시장에서는 독점은 혁신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2022년 5월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애플 공정경쟁 위반'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EPA/연합뉴스 |
EU는 올해 5월부터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독점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시장법을 시행하고, GAFA와 마이크로소프트, 티톡 등 6대 플랫폼을 독점 플랫폼으로 사전 지정했다.
독일은 2021년, 영국은 2022년 각각 독점 플랫폼 규제에 관한 법 개정을 했고, 일본도 규제 내용은 다르지만 공시의무, 공시된 알고리즘과 다른 작동 규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독점 플랫폼 규제법을 도입했다.
미국 법무부 독점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AFA의 독점을 깨야 한다는 생각으로 각 주와 연합하여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반독점 소송의 결과에 따라 AT&T 사례와 같이 구글이나 애플에 대한 회사분할 등의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소위 네카쿠배(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국내 독점 플랫폼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EU의 디지털시장법과 같은 독점 플랫폼 규제법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EU는 토종 플랫폼이 없고, 구글과 같은 빅테크의 독점 남용의 폐해가 심한 반면,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토종 국내 플랫폼이 일찍이 플랫폼 시장에 자리를 잡았고, 구글과 같은 빅테크의 시장지배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혁신성장론자들도 플랫폼기업은 혁신기업인데 왜 규제를 하느냐며 '혁신 vs. 규제' 논쟁을 일으키고,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온라인 중개 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막아 왔다. 윤석열 정부는 아예 공허한 자율규제만 외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플랫폼 중개 거래 사업적 이용자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중개·배송·결제·광고 등에서 20~30%가 넘는 과도한 수수료 부담으로 신음하고 있다. 플랫폼 독점이 심화되면 소비자들도 상품·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되고 궁극적으로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 후생이 침해받게 된다. 오픈마켓이나 배달앱 등의 과도한 수수료는 결국 상품·서비스 가격에 반영된다.
▲ 김남근 /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
ⓒ 김남근 |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김남근 변호사는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심 영역은 주거, 가계부채,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관계, 플랫폼기업의 독과점 및 불공정 관행, 중소상공인 생존권 보호 등 주로 민생개혁과 관련된 의제들이고 특히 공익입법운동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민관합동 개혁자문기구인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 위원장, 서울시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집합건물의 성립·분양·관리상 법적 쟁점에 관한 연구>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제도에 관한 입법사례 분석 및 제도 도입 필요성에 관한 연구> <대·중소기업간 사회적 교섭을 통한 중소기업 저임금 해소 방안>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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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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