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서거 2주기…“작은 기념관이라도” 건립 논란 재점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기념관 건립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최근 2년 새 노 전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 생가 방문객이 급증하면서다.
생가 방문객 꾸준히 증가
26일 대구 동구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21년 10월 26일 이후 신용동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 생가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2021년 5만4000여 명에서 지난해 7만1000여 명으로 크게 늘었으며, 올해도 현재까지 4만40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생가는 1927년 건립됐다. 제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이 45년 공산국민학교(현 공산초)를 마치고 대구공립공업학교(현 대구공고)에 진학, 경북고를 졸업할 때까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규모는 대지 466㎡에 목조건물 3동(연면적 66.45㎡)이다. 팔공산 자락에 있는 노 전 대통령 생가는 서촌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차를 타고 굽이진 1차선 시골길을 10분여(1.5㎞) 더 달리면 나온다.
노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 측은 기념관 건립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사단법인 ‘노태우 대통령 생가보존회’ 측은 “과오만 집중 조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생가 주변에 주차장 등 자리가 넉넉한 데다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더 많은 시민이 머무를 수 있는 기념관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을 주민도 기념관 건립에 찬성하고 있다. 용진마을 채봉수 통장은 “진입로가 매우 좁은 데 생가에 방문객이 몰리면서 도로 정비 등이 필요하다”며 “관광활성화를 위해서 작게라도 기념관을 건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성공 개최, 대한민국 성장 발판 놓은 인물"
2021년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대구에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노 전 대통령은 대구가 배출한 유일한 대통령인데 역사 속에 사장할 수 없다”며 언론을 통해 기념관 건립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선진국 반열로 국가 위상을 올렸고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발판을 놓은 인물”이라며 기념관 건립 당위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기념관 건립은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당시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노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주장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반란자, 학살자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인사를 기념하는 것이 대구의 자부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대구 동구, 생가 보수작업
이런 가운데 대구 동구가 지은 지 오래돼 곳곳이 훼손된 생가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동구는 2010년 9월 노 전 대통령 가족에게 생가를 기부채납 받아 관리하고 있다. 동구는 지난해 6월 생가 안전성 현장자문회의를 개최해 사랑채 건물 기울어짐 현상과 벽채 균열, 기와 이완으로 인한 누수 등을 확인했다. 이를 보수하기 위해 지난해 말 예산을 확보했다. 사랑채를 비롯해 외양간 등을 보수할 계획이며, 생가 주변도 정비한다. 사업비는 총 2억1000만원이다.
동구는 방문객 안전을 위해 보수 작업은 진행하지만, 기념관 건립 계획은 없다고 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관광객 수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지속적인 보수와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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