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실적 개선 속도…HBM 시장 입지 강화 예고
"HBM, 5년간 연평균 최대 80% 성장"
내년 선단 공정 전환 및 HBM 투자 확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고부가 제품 효과로 3분기 D램 부문에서 다시 흑자를 보기 시작했다. 4분기 실적 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내년엔 전 응용처 시장 회복에 따른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선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HBM 시장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인공지능(AI)용 메모리인 HBM3와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D램 주력 제품 판매를 늘리며 전분기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D램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전분기보다 약 20% 오르고 평균판매가격(ASP)도 10% 뛰면서 D램 부문 실적이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덕분이다. 낸드플래시도 판매량이 늘었지만 ASP가 전분기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D램과 낸드 시장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하반기 메모리 공급사의 감산 효과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재고가 줄어든 고객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품 가격도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반도체 경기 지표인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멈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1.30달러로 8월 가격과 같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연이어 하락세를 보이던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기미를 보인 것이다.
D램의 경우 생성형 AI 효과로 시황이 계속 나아지면서 HBM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먹거리가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측은 "HBM 시장이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60~80%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중후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HBM 제품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이런 환경이 내년까지 우리에겐 유리하다고 본다”며 “고객사, 파트너사와 기술 협업 및 캐파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앞으로 전사 경영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지난해 설비투자(CAPEX) 규모는 19조원으로, 올해는 작년 대비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내년엔 올해보다 CAPEX를 늘릴 예정이지만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증가분을 최소화한다. 대신 공정 전환 속도를 높이면서 HBM과 DDR5,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투자는 늘린다. D램 10나노 4세대(1a), 5세대(1b) 중심으로 공정을 전환하면서 HBM과 실리콘관통전극(TSV) 투자를 확대하는 식이다. TSV는 D램 칩에 수천개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전극으로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우현 부사장은 "앞으로 HBM, DDR5 등 회사가 글로벌 수위(首位)를 점한 제품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것"이라며 "고성능 프리미엄 메모리 1등 공급자로서 입지를 지속해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합병 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사유와 합병 진행 과정에 대한 내용은 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처음으로 관련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또 "키옥시아에 투자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투자자, 키옥시아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간접적으로 키옥시아 지분을 갖고 있어 이번 합병과 관련해 동의권이 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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