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UCL 데뷔골→박지성·손흥민·황희찬 이어 4번째…경쟁자보다 첫 골 빨랐다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극강의 효율이다. 우스만 뎀벨레가 770분 동안 해내지 못한 걸 이강인은 250분 만에 해냈다.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맹(PSG) 입단 후 5경기 만에 데뷔골을 쏘아올리며 우측 윙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PSG는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AC밀란(이탈리아)과의 2023/24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3차전서 3-0으로 이겼다. 2승1패를 기록한 PSG는 같은 시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에 0-1로 패한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제치고 조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강인은 후반 교체 출전해 약 20분을 뛰면서 PSG 데뷔골이자 챔피언스리그 무대 데뷔골을 쏘아올렸다. 이강인은 2-0으로 앞서던 후반 26분 교체 투입돼 후반 44분 워렌 자이르 에메리의 패스를 받아 골문 구석에 찔러 넣어 3-0을 만드는 쐐기골을 기록했다.
PSG 입단 후 5경기 만에 터진 데뷔골이었다. 그 동안 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강인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하며 뎀벨레와의 향후 주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이번 경기를 위해 직전 스트라스부르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했던 PSG는 최정예 멤버를 들고 나왔다.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골문을 지켰고, 아슈라프 하키미, 밀란 슈크리니아르, 마르키뉴스, 뤼카 에르난데스가 백4를 구성했다. 워렌 자이르 에메리, 마누엘 우가르테, 비티냐가 중원을 책임졌고, 우스만 뎀벨레, 랑달 콜로 무아니, 킬리안 음바페가 최전방 3톱으로 출전했다.
스트라스부르전에서 우측 윙으로 선발 출전했던 이강인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그 자리는 뎀벨레가 대신 채웠다.
뎀벨레는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PSG는 뎀벨레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 공격을 펼쳤다. 전반전 내내 드리블로 밀란 수비진을 휘저은 뎀벨레는 후반 시작과 함께 득점을 터뜨렸다.
우가르테가 하프라인에서 공을 탈취했고, 흘러나온 공을 비티냐가 잡아 오른쪽에 있던 뎀벨레에게 연결했다. 뎀벨레는 드리블로 박스 안까지 진입한 다음 골문 반대편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PSG 데뷔골을 기록한 뎀벨레는 기쁨에 겨워 포효했다.
하지만 득점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비디오판독(VAR) 결과 우가르테가 밀란 미드필더 유누스 무사의 공을 뺏어내는 장면에서 반칙이 있었다는 판정이 나왔다.
골을 빼앗긴 뎀벨레는 적극적으로 슈팅을 가져가며 득점을 노렸다. 그리고 이는 콜로 무아니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밀란 수비진이 자리를 잡는 사이 음바페가 빠르게 뎀벨레에게 연결했다. 뎀벨레는 박스 안에서 슈팅을 때렸고, 마이크 메냥 골키퍼가 쳐내자 골문 앞에 있던 콜로 무아니가 가볍게 마무리했다.
후반 중반에는 콜로 무아니와 원투 패스를 통해 공간을 만들었다. 밀란 수비라인을 완전히 허문 뎀벨레는 왼쪽 음바페에게 연결했다. 하지만 음바페의 위치가 공보다 앞서 있어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전체적인 움직임은 가벼웠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한 음바페는 후반 26분 이강인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PSG 데뷔골을 또다시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반면, 이강인은 교체 투입된지 약 18분 만에 데뷔골을 작렬했다. 특유의 드리블로 밀란 선수 3명의 압박을 벗어나는 탈압박을 선보였고, 테오 에르난데스의 반칙을 이끌어내는 등 예열을 마친 이강인은 후반 44분 자이르-에메리의 패스를 왼발 슛으로 연결해 밀란의 골망을 열어젖혔다. 측면에서의 간결한 연계 플레이, 센스 있게 공을 흘려준 곤살루 하무스와의 호흡이 빛난 장면이었다.
이로써 이강인은 PSG 입단 5경기 만에 데뷔골을 기록하게 됐다. 또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7번째 경기에서 1호골 사냥에 성공했다. 이강인은 지금까지 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출전 시간은 밀란전까지 단 252분에 불과했다. 풀타임 3경기를 뛴 것보다 적은 출전 시간이지만 빠르게 데뷔골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강인과 같이 지난 여름 PSG에 입단해 우측 윙에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뎀벨레는 11경기를 뛰고도 아직까지 데뷔골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리그 8경기, 챔피언스리그 3경기를 뛰고도 무득점에 그쳤다. 출전 시간은 770분으로 이강인보다 3배 더 많다.
지금까지 엔리케 감독은 뎀벨레를 우측 윙 고정 자원으로 기용했다. 이번 밀란전을 앞두고도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스트라스부르전에 교체로 출전시키며 체력을 관리해 준 다음 밀란전에 선발로 내세웠다. 득점이 없어도 변함 없는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우측 윙 자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을 듯 하다. 뎀벨레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출전 시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강인에게 눈이 가지 않았을 리 없다.
PSG, 챔피언스리그 첫 골로 웃은 이강인은 이제 리그1에서 훨훨 날 준비를 한다. 오는 29일 오후 9시 브레스투아와 리그1 원정 경기를 치르며 11월4일 몽펠리에와 홈 경기를 벌인다. 로테이션을 감안하면 브레스투아전 선발 가능성이 높다. 리그1 데뷔골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이어 11월8일 오전 5시 AC밀란 원정 경기를 통해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다시 치른다. 자신감을 얻으면서 뎀벨레와 주전 경쟁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편, 이강인은 이날 득점으로 박지성과 손흥민, 황희찬에 이어 한국인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4번째 득점자가 됐다. 나이로는 2번째다.
앞서 '별들의 무대'에서 골 맛 봤던 코리안리거들 중 득점 1호는 '해버지'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지난 2005년 5월4일 AC밀란과의 2004/05시즌 준결승 2차전에서 전반 9분 선제골을 넣어 한국인 1호 챔피언스리그 득점자가 됐다. 박지성의 나이 24세 2개월 9일째 되는 날이었다.
2호 손흥민은 이보다 빨라 레버쿠젠에서 뛰던 2014년 10월1일 벤피카와의 조별리그 홈경기에서 본선 첫 골을 기록했다. 당시 손흥민 나이는 22세 2개월 23일이었다. 손흥민은 사실 2013/14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를 뛰었으나 당시엔 득점하지 못했다.
3호는 황희찬이다. 잘츠부르크에서 활약하던 2019년 9월17일 헹크전에서 골을 터트렸다. 황희찬 나이는 23세 7개월 22일이었다.
이강인은 2001년 2월19일생으로, 이번 AC밀란전 골은 22세 8개월 7일에 넣은 셈이다. 박지성, 황희찬보다는 어린 나이에 득점했고, 손흥민보다는 반면 가량 늦다.
사진=EPA, AP, PA Wire/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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