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면 배터리3사 책임?…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난상토론

최서윤 2023. 10. 26. 09: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기평·배터리協 주관 ‘2023 K-배터리 R&D 포럼’
산·학·연 관계자 240여명 한자리…격의없는 의견 표출
"치열하게 함께 고민하는 열린 토론장, 지속 마련할것"

“재사용한 배터리를 쓰다가 사고났을 때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배터리 제조사인가요, 재제조기업인가요? 아니면 배터리를 검사·인증한 업체인 건지 의견 부탁드립니다.”(업계 참석자)

“재사용전지 안전기준(KC 10031) 세부 규칙이 정확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결국 신제품이든 재제조든 어쨌든 배터리를 만든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배터리3사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면 배터리 관련 데이터를 좀 주셔야 해요.”(배터리 재제조업체 대표)

24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주관으로 제주 메종글래드에서 열린 ‘2023 K-배터리 R&D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배터리 순환경제를 위한 R&D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배터리 산·학·연 관계자 240여명이 모인 이날 토론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질문들과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답변들이 오갔다.

현대차 사내벤처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포엔의 최성진 대표는 배터리 재사용 관련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묻는 말에 “배터리 제조사는 배터리 수명을 예상하고 만들 텐데 ‘사용후배터리 예상 수명은 ‘이 정도’ 될 것’이라는 가이드를 주시면 좋겠다”며 “사실 배터리 3사는 신제품 그다음 단계(재사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질문자는 “듣기에 좀 거북하다”며 “배터리3사가 소비자 사용 이력에 대해서까지 전부 다 책임져야 한다는 건데 벌써 제조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면 사업하기 어려워진다.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최 대표는 “시간 관계상 빠르게 말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지금도 말씀하신 대로 하고 있다. 재제조하는 업체에서 R&D 과정을 통해 비파괴검사, EIS(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검사 등 배터리를 검수한 뒤 쓰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3사에서도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경험 노하우들을 저희 같은 작은 회사에도 일부 전수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24일 제주 메종글래드에서 열린 ‘2023 K-배터리 R&D 포럼’ 토론섹션에서 마상복 SK에코플랜트 부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또 다른 참석자가 “말소 전기차 4069대 중 86%가 해외로 수출됐다. 국내에 배터리가 얼마 없는데 재활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을 말해달라”고 하자 송준석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은 “환경부에서 답변하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송 수석은 “지난해부터 폐배터리 민간 매각이 가능해졌고 외국업체나 국내 수출업자들 입장에서 전기차 폐차 처리 후 배터리를 반납하는 것보다 중고로 해외에 파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 생기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법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표준화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아까 배터리 셀 제조사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전기차업체가 데이터와 제어정보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도 문제”라고 했다. 배터리에 내부 정보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장치가 들어 있지만 자동차업체들이 이 장치를 제어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BMS)에 외부 업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완성차 업체에서 배터리 관련 시스템을 표준화해 관련 업체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다. 현대차·기아, 한국 지엠 등 국내 업체는 BMS 정보 일부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제출하고 있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보안상 이유를 들어 외부 유출을 꺼린다.

최 대표는 “이제 정부에서 BMS가 없더라도 동일하게 가동할 수 있는 이른바 '범용 BMS'를 개발하는 과제를 하나 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자동차업체에서 정보를 다 열어주면 좋은데 그러지 않아서 전압기나 전류값만이라도 열어달라고 배터리산업협회 차원에서 요청 계속하는 중”이라며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24일 제주 메종글래드에서 열린 ‘2023 K-배터리 R&D 포럼’에서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배터리산업협회]

배터리 인력 태부족 문제도 언급됐다. 김한수 한양대 교수는 “배터리 종사자는 약 2만9000명인데 수급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인력 부족률이 13% 정도 된다. 다른 제조업체보다 5배 이상 높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배터리 인력 수급 불균형은 유럽, 미국 등 세계 공통문제”라며 “배터리 재활용·재사용·재제조의 경우 시장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송준석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좌장), 마상복 SK에코플랜트 부사장, 최성진 포엔 대표, 김성수 충남대 교수, 김한수 한양대 교수, 이정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이차전지PD, 박재범 포스코 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참가했다.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토론회 직후 기자와 만나 “그간 연구자들 소모임 형태로 열리던 행사를 올해 처음으로 크게 열었다”며 “기술과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열린 토론장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토론회가 예상보다 대담하고 적극적인 분위기여서 좋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호 정보 교류의 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제주=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