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07조 오일머니' 유치…미래 먹거리 잡았다
건설·에너지→첨단산업 등 협력분야 확대
사우디와 공동선언·카타르와 관계 격상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국빈 순방에서 202억달러(약 27조원) 투자유치 성과를 거두고 26일 귀국했다. 이를 포함하면 지난 1년 간 사우디·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로 대표되는 중동 빅(BIG)3에서 거둔 성과만 792억달러(약 107조원)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중동 공략 초점이 단기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경제협력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 순방이었다는 평가다. 신재생에너지·첨단산업·제조업 등 세계 무대에서 한국이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인 분야인만큼 이들 국가와 장기적인 상호 호혜적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4~25(현지시간) 카타르 국빈 방문 일정에서 양해각서(MOU)·계약 총 12건을 체결해 46억달러(6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수주 성과를 거뒀다. 특히 HD 현대중공업이 카타르 에너지와 39억달러(5조20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조선업계 사상 단일 계약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HD현대중공업 차원에서는 반년 치 일감을 확보하게 됐고, 올해 세계 LNG 운반선 수주에서 우리 기업의 점유율도 기존 74%에서 81%로 증가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21~24일 윤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 때 우리 기업이 체결한 투자 MOU·사업계약 156억달러(약 21조원)를 포함하면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에서 거둔 MOU·계약 체결액은 총 202억달러(약 27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의 방한 때 맺은 290억달러 규모 MOU, 올해 1월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당시 맺은 300억달러 투자 약속을 포함하면 1년간 총 792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경제적 성과를 거둔 셈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체결된 계약·MOU 중 약 60% 이상이 구체적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이번 사우디·카타르 순방에서 거둔 경제적 성과도 대한 이행 상황을 꾸준히 점검할 방침이다. 최 수석은 "정부는 이번 중동 순방 후속 조치에 즉각 착수해 MOU와 상담 실적 등이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수출과 수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오일머니'로 대표되는 사우디·카타르와 우리나라가 장기적인 경제협력을 할 수 있는 기틀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사우디와 카타르 모두 1970년대 건설 특수로 한국에 중동 붐을 불러왔다면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스마트 시티·IT·제조업 등 미래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조성해주는 협력 관계를 마련했다. 일례로 지난 22일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는 ▲ 에너지·전력 분야 7건(계약 2건·MOU 5건) ▲ 인프라·플랜트 8건(계약 1건·MOU 7건) ▲ 첨단산업·제조업(전기차 등) 19건(계약 2건·MOU 17건) ▲ 신산업 10건(계약 1건·MOU 9건) ▲ 금융 협력 등 기타 MOU 2건 등 미래산업 관련 계약·MOU가 체결됐다. 전날 열린 한·카타르 비즈니스포럼에서 이뤄진 MOU·계약도 에너지(2건)·신산업(6건)·플랜트(1건)·무역금융(1건) 등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지속적인 경제협력에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사우디·카타르와 각각 외교 관계가 강화됐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24일(현지시간)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과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한 협력 의지를 담은 '한·사우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80년 5월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래 43년 만에 채택된 공동성명이다. 양국은 사우디의 '비전 2030'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지 및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의 상호 호혜적 성격을 확인했다.
윤 대통령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싸니 카타르 국왕은 25일 아마리 디완 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카타르 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타밈 국왕을 국빈 초청하겠다고 제안했고, 타밈 국왕도 내년 중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지난 50년의 관계 발전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50년의 공동 번영을 함께 준비해나가길 바란다"며 "한국은 카타르가 '국가 비전 2030'을 통해 국가 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하는 중동의 우군을 확보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총리가 지난 24일 발표한 한·사우디 공동성명에 "핵·탄도 프로그램 및 무기 이전을 포함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모든 행위를 규탄했다"는 문구가 포함돼있다. 이란·시리아 등 일부 중동 국가들이 북한과 무기를 거래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슬람의 맹주 사우디와 부국 카타르가 우리와 같은 목소리를 내준다면 중동 내에서도 우리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타밈 국왕도 전날 윤 대통령에게 "한국의 한반도 정책을 지지한다"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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