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0선 못 지킨 나스닥 최악의 하루, 왜?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한국경제TV 신인규 기자]
이슈레이더 ① 나스닥 최악의 하루, 왜? 여러 악재가 겹친 하루라고 봐야겠습니다. 크게는 세 가지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어제 장마감 이후 호실적에도 클라우드 사업 부진이 확인된 구글은 조금 전 마감한 미국 증시에서 9.6% 하락했습니다. 실적 발표 이후에 월가에서는 구글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 곳도 나왔습니다. 대형주 하락이 증시 전반에 하방 압력을 만들었고요.
여기에 채권시장 상황도 증시엔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하루만에 12베이시스포인트(bp) 올랐는데, 최근에 채권 시장이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긴 합니다만 이정도 숫자가 나오면 기자들은 보통 채권 쪽 담당자에 무슨 일 있는지 확인해보는 그 정도의 높은 변동폭입니다. 기술주엔 부담이 커지고요. 애틀랜타 연은의 실시간 GDP 추산 도구인 GDP나우캐스트를 보면, 내일 발표될 3분기 GDP 추정치가 분기 대비 5.4% 상승인데요. 월가 추정치는 이보다 낮은 4.2% 수준입니다.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뜨거울 가능성도 연준의 통화정책을 주시하는 채권시장엔 부담 요인일 것이고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오늘 미국 사회과학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공개 발언은 경제 전망이 빠진 일반적인 축사 수준에 그쳤다는 겁니다.
원자재 시장 불안 역시 커졌습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다시 90달러에 근접하고 있죠. 전날보다 2% 넘게 오르고 있는데 이것은 중동 탓이 클 겁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발언을 했지요.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듯 시장이 보고 있는 유가 급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신호입니다.
악재가 겹치다 보니까 시장은 나스닥 2.43% 하락이라는 충격적인 숫자를 확인했습니다. 지난 5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겪은 겁니다. 고점 대비 10%대 단기 하락이 나올 때 조정장에 진입했다고 표현하는데요. 나스닥의 지난 전고점은 7월 19일이었습니다. 당시 14,358.02를 기록했고요, 그 후에 아래로 하락하는 봉우리가 세 번 생겼습니다. 봉우리가 생길 때마다 그래도 13000선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지난 20일 13000선이 거의 5개월 만에 깨진 후에 3거래일만에 다시 13000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오늘 나스닥은 12,821.22에 마감했습니다.
채권 수익률 상승, 미국 IT 대형주 하락이라는 상황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오늘 구글이 많이 내리면서 미국 S&P 11개 섹터 가운데 구글이 속한 통신기술주가 6.35%로 낙폭이 가장 컸지만 기술주 섹터도 1.8% 하락했거든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4.13% 떨어졌습니다.
이슈레이더② 메타 실적은? 메타의 실적 자체는 좋습니다. 분기 매출 341억 5천만 달러, 주당순이익 4.39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월가 추정치인 매출 335억 7천만 달러, 주당순이익 3.64달러보다 높습니다.
어제 구글도 그렇고, 플랫폼 기업의 주 수익원인 디지털 광고 시장 자체는 메타가 선방을 했습니다. 어쩌면 광고 시장이 조금 살아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은 또다른 투자 아이디어로 가져갈 수 있겠죠. 구글 같은 경우 유튜브 광고를 더 이상 건너뛰게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소문도 시장에 돌고 있고, 애드블록같은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못 쓰게 하는 지금의 상황은 결국 광고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메타의 개별 실적으로 돌아가면요, 대부분의 지표에서 나쁜 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일평균 활성사용자 수는 20억 9천만 명으로 전년 대비 5% 성장했고 월평균 활성사용자 수도 다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인당 평균 수익도 8.71달러로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높습니다. 메타버스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의 손실폭은 지난 분기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실적 발표 직후 상승했던 메타의 주가는 컨퍼런스 콜 이후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유의하셔야겠습니다.
이슈레이더③ 중국 반도체, 미국 규제에도 살아나나 블룸버그의 보도였습니다. 화웨이가 발표한 메이트 90엔 중국이 자체 생산한 기린 9000이라는 반도체가 탑재가 되었는데, 이걸 뜯어보니 정말로 이 반도체에 첨단 기술인 7나노 공정이 적용이 되었고, 이 칩은 중국 기업인 SMIC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장비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겁니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을 제한한 ASML 장비를 중국이 이용해 첨단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시장엔 이렇게 받아들여지면서 이 소식은 ASML 주가 하락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들어온 정보를 종합하면 중국이 미국의 수출 제한을 몰래 뚫었다, 이런 수준은 아닌 듯 합니다. 엄밀히 살펴보면 미국의 기존 수출 규제 대상은 ASML의 노광 장비인 EUV, 극자외선 기기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중국이 ASML의 구형 장비인 DUV, 심자외선 장비로 7나노 칩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요. 미국은 이번달 중순에야 이 DUV 장비에 대한 추가 규제를 적용했습니다. 이번 이슈가 중국의 제재 위반 문제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입니다.
DUV는 최신 장비인 EUV에 비해 생산성이 낮습니다. 반도체 생산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인데요. 문제는 비싸게 만들어도 어쨌든 중국이 좋은 걸 만들 수는 있다는 점이 이번 이슈로 확인이 됐다는 점입니다. 표면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규제를 건 이유는 중국 무기에 첨단 반도체가 사용되는 걸 막겠다는 건데, 군사용 반도체는 대량생산 하는 물건은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막기엔 늦은 것 아니냐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요. 우리 업계에도 좋은 소식은 아니겠지요. 국내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에 미칠 영향도 따져볼 부분입니다.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주 월~금 오전 7시 2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에서 생방송으로, 유튜브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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