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급감한 비대면진료…업체들 '새 활로 찾거나 사업 접거나'

이명환 2023. 10. 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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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계도기간이 종료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사업이 사실상 사양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 자체를 접고 있다.

26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회원사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의 일평균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300여건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실제 진료로 이어진 사례는 요청 건수의 15%(40여건)에 불과했고, 비대면 진료를 완료한 뒤 약 처방을 받아 배송까지 이어진 경우는 플랫폼마다 하루 10건 미만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원산협의 설명이다. 사실상 비대면진료 서비스 자체가 '개점휴업' 상태인 셈이다. 원산협은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4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이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초진 환자의 비대면진료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한시적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는 9월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초진이 아닌 재진을 원칙으로 재편됐다. 대면 진료가 어려운 도서벽지 거주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등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비대면 초진 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의료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시범사업 시행 3개월 전인 6월부터 계도기간을 뒀다.

계도기간 종료를 기점으로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크게 줄었다. 원산협에 따르면 계도기간 중 회원사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의 일평균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6월 4100건, 7월 3600건, 8월 3500건이었다. 계도기간 종료 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초진이 제한되자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가 약 300건으로 급감했는데, 8월의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와 비교한다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실제 진료로 이어진 경우는 40여건인데, 비대면진료의 초진 제한 사실을 몰랐던 초진 환자들이 진료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 감소세는 더욱 크다. 원산협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계도기간이 종료된 이후 이용자들의 플랫폼 이용이 사실상 이용이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앞다퉈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닥터나우는 개인맞춤형 영양제 구독과 실시간 의사 상담 등을 새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영양제 구독은 의사가 몸 상태에 맞춰 설계한 맞춤형 영양제를 테마로 내세웠는데, hy(옛 한국야쿠르트)와 손잡고 전용 영양제를 개발해 구독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전부터 실시하던 실시간 의사 상담과 병원예약 서비스도 전면에 내세웠다. 마찬가지로 비대면진료를 서비스하던 플랫폼 똑닥도 유료구독제 병원 접수 및 예약 플랫폼으로 사업모델을 변경했다.

해외에서 새 활로를 찾는 곳도 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콜을 운영하는 라이프시맨틱스는 태국에서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태국 현지 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협업 중인데, 이르면 오는 11월중 태국에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국내 비대면진료 제도와 환경에 제한이 있어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게 됐다"며 "태국의 비대면진료 관련 규제가 크지 않은 데 더해 현지에서 한국 비대면진료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 진출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이 운영하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후다닥 케어는 23일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미지출처=후다닥 케어 어플리케이션 캡처]

이용객 수 감소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서비스를 접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운영하던 후다닥 케어는 비대면진료 진행 건수 감소를 이유로 지난 23일부터 비대면진료 자체를 중단했다. 후다닥 케어에 앞서 나만의닥터와 파닥, 매듭 등 플랫폼이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다. 원산협에 따르면 지난달 집계 기준 총 31개의 비대면진료 서비스 중 절반에 가까운 14개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비대면진료 업계의 '탈 비대면진료'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진료를 바라보는 의료계와 정치권 시선이 곱지 않아 초진 허용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 관계자들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했는데, 마약류 등 고위험 의약품의 비대면 처방 문제와 처방전 위변조 가능성 등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비대면진료를 의료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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