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팔 전쟁 국면에 ‘침묵’…정찰위성 등 ‘깜짝 도발’ 나설까
기술 결함 보완해 정찰위성 재발사 늦어지는 듯
북한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국제 상황 속에서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무력 도발도 지난달 중순 이후로 멈췄다. 10월 중 재발사하겠다고 공언했던 군사정찰위성도 별다른 동향이 없다.
이와 관련해 이·팔 전쟁이 국제적인 충격을 안기면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자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팔 전쟁 상황을 활용해 미국에 혼선을 주기 위한 의도로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히 나온다.
북한이 당분간 침묵을 이어가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군사정찰위성 재발사 등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 가장 힘이 실린다.
북한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26번의 크고 작은 무력 도발을 이어갔다.
우리 군이 공식 확인한 것만 따져도 탄도미사일과 위성 발사 등을 활용한 북한의 도발은 모두 17번이다.
이외에도 북한은 순항미사일 발사와 핵 무인 수중공격정(핵어뢰)이라고 주장하는 ‘해일’의 수중 폭파 시험 등을 진행했다.
북한은 지난 1월 1일 초대형 방사포(KN-25) 1발을 발사한 후 지난달 13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발사까지 매달 한 차례 이상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5월과 8월에는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동안 도발을 이어오던 북한은 지난달 이후 조용한 상태다.
정찰위성도 10월 중에 재발사겠다고 했지만, 25일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10월 중 예고했던 군사정찰위성 발사 동향은 아직 특별하게 확인해드릴 만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팔 전쟁으로 인해 자신들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위성 발사로 국제사회의 주목도를 끌려고 하는데 이·팔 전쟁이 있으니 위성을 발사해도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국제 정세가 좀 잠잠해질 때 북한이 도발을 하면 주목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북한이 침묵하는) 핵심 요인은 아니지만, 이·팔 전쟁 국면이 고려 사항 정도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오히려 이·팔 전쟁 상황에 편승해 도발에 나서면 미국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팔 전쟁에 정신이 팔려 있는 상황을 틈타 북한이 역으로 도발에 나설 경우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구촌에서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을 때 과연 미국이 얼마만큼 대응할 수 있을지 한번 떠보기 위해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에 관심이 국제 분쟁에 쏠린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미국에 곤혹스러움을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은 대내용 선전매체 노동신문을 통해 이·팔 전쟁 관련 글을 계속 전하고 있다.
이날 보도에는 “이스라엘과 그를 비호 두둔하는 미국의 범죄행위의 결과”라는 내용을 담아 이·팔 전쟁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주민들에게 이·팔 전쟁을 계속해서 언급해 반미 정서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는 지난 23일 ‘중동사태의 장본인은 미국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보도했다.
통신은 이·팔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의 편견적이며 의도적인 부추김으로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살육전이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북한이 미국을 분쟁의 원인 제공자로 탓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의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침묵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어 크고 작은 도발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실장은 “지금은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 집중하는 상황이라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보다는 정찰위성 재발사 성공에 주력할 전망이다.
정찰위성은 기술적인 보완을 진행 중이라 재발사 시점이 10월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위성 발사에 적용하는 등 세 번째 실패를 막기 위한 준비를 마치면 재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 위성 발사의 핵심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실패할 수 없으니 기술적인 면을 좀 더 신경 써서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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