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산 도둑질, 안 막나 못 막나…예방책은? [K푸드 수난역사④]
시장확대 순기능 보다, 부정적 기능 더 많아
수출과 일자리 감소‧소비자 외면 등 수면 위
국내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정신적 피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애써 공들여 만든 상품을 한 순간에 도둑 맞는 일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만한 예방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 차원에서 최소한의 타개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은 미투상품을 놓고 ‘반짝’ 확대시키는 순기능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는 점에서 걱정이 적지 않다. 식품은 트렌드가 빠른 시장이다 보니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베끼기만 지속하다 보면 상품 개발을 게을리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식품 업계에서 미투 상품은 ‘표절’이라는 부정적인 시각 대신 하나의 마케팅처럼 여겨졌을 정도로 오랫동안 만연해 왔다. 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시장에 내놔 소송으로 번지기 일쑤였다.
업계가 미투 제품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시장에 대박 제품이 나오면 이에 맞설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미투 제품을 내놓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신제품 개발과 시장개척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국내서 식품업계의 미투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리온에서 처음 선보인 ‘오징어 땅콩’은 해태제과·롯데웰푸드·청우식품 등이 비슷하게 만들어 판매 중이다. 농심의 ‘육개장’ 컵라면과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이 삼양식품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엔 해외에서도 한국 상품을 따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일본 라면 시장 1위 기업인 닛신은 지난 3월 맛은 물론, 분홍색과 캐릭터를 활용한 포장 디자인까지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연상시킨 라면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미투식품을 법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특허로 인정받기 위해선 기술의 ‘진보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식품 조리법의 경우 ‘맛’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의 우열을 따지기 힘들어서다.
또 식품업 특성상 기술의 차별성도 크지 않다. 특허권이 등록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권리 보호는 또 다른 문제다. 특허로 등록되기 위해선 제조 과정의 세부적인 요소를 하나하나 기재해야 하는데, 10개 중 9개를 따라 해도 하나만 달리하면 특허권 침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미투 제품 분쟁에서 이례적으로 승소한 사례도 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의 유사 상품인 ‘바나나맛 젤리’와 관련해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을 걸었는데, 법원은 바나나맛 우유 특유의 용기 모양 등을 유사하게 따라한 타사 제품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빙그레 관계자는 “상기 사항은 디자인의 유사성이 일반인이 보기에도 동일한 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퀄리티 낮은 상품으로의 유인은 단순히 매출 문제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저하 등의 우려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법망 밖의 미투 전략을 비판하고 있다. 식품업계 미투상품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연구 개발을 소홀히 하는 주 원인이 될 수 있는 데다, 단기 이익에만 치우쳐 제품을 생산할 경우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K브랜드 짝퉁 유통을 이대로 방치하면 수출과 일자리 감소는 물론 가짜 제품의 위생,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온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더 체계적인 지식재산권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상표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상품 개발과 출시, 브랜딩 단계에서부터 식별력을 갖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중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브랜드명과 디자인을 피해 힘겹게 일군 K브랜드의 위상이 위조품에 의해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진 프랜차이즈 로펌 변리사는 “중소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했는데 대기업이 미투제품을 만들게 되면 가격할인 마케팅을 통해 미투브랜드가 시장을 잠식,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을 제한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한국의 제품을 사갈 때 제품의 시장력 등을 볼 텐데 자연스럽게 수출 길이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미투식품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미투제품 자체가 문제가 되기 보다는 후발주자가 제대로 된 자급력이나 기술력을 갖추지 않고 외견만 비슷하게 만들어 가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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