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윤석열 신당설', 왜 불씨 꺼지지 않을까
[이충재 기자]
▲ 김한길 '신당 창당은 없다'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살예방 정책제안 부처합동브리핑’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 둘러싸여 ‘신당 창당’ 관련 질문을 받은 뒤, ‘신당 창당은 생각해 본 일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고 말했다. |
ⓒ 권우성 |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기됐던 '윤석열 신당'이 최근 다시 불거진 것은 김한길 위원장의 위상 부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17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대통령은 느닷없이 김 위원장을 띄웠습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유명무실했던 국민통합위 행사에 내각과 여권 핵심인사들을 총출동시킨 것도 이례적이지만, 김 위원장을 한껏 추켜세우는 발언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치 윤 대통령이 2인자를 선포하는 자리같았다"는 여권 인사의 평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막역한 관계는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입문 과정부터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수시로 독대해 다양한 주제로 두세 시간씩 대화를 나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소문을 모를 리 없는 윤 대통령이 보궐선거 패배라는 위기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김 위원장을 띄운 것은 어떤 역할을 예고하려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기현 대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을 때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역할론과 관련해 비대위원장설과 신당설 등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설의 경우 벌써부터 보수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민주당에서 당 대표까지 했던 인물을 국민의힘 대표로 옹립하는 건 자존심 차원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가 팽배합니다. 오히려 보수진영의 분열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신당설의 경우 사정은 달라 보입니다. 먼저 김 위원장의 역할은 신당 창당시 책임을 맡는 게 아니라 밑그림을 그리는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역할이 없는 셈입니다. 신당설에 대한 반응도 차이가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선 반발과 부인의 입장이 강하지만 보수지지층에서는 반대 입장이 뚜렷하지 않다는 게 여권 내부의 시각입니다. 보수진영에서는 당이 문제가 아니라 총선에서 이기는 게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신당 유력한 모델, 중도실용 '가설 정당'
'윤석열 신당'과 관련된 시나리오도 다양하지만 현재 주로 거론되는 모델은 일종의 가설정당입니다. 이른바 중도실용을 기치로 내걸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문가 집단과 정치지망생,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정당을 만든 뒤 국민의힘을 흡수통합하는 형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도 합류시키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득권 거대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신설 정당에 대한 참신함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신당설의 비현실성으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꼽습니다. 윤 대통령 인기가 상당히 떨어진 상황에서 누가 실패할 정당에 합류하겠느냐는 얘깁니다. 이념적으로도 국민의힘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윤 대통령이 중도실용을 표방한다는 것도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선거공학적인 일종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룹니다. 차라리 국민의힘 당명을 바꾸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으로선 낮은 지지율을 타개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새로운 판을 형성하고픈 유혹을 느낄 것이라는 얘기가 적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한 지지자와 통화에서 "분란을 일으키면 당을 완전히 뽀개버리겠다"고 한 발언도 다시 주목을 끕니다. 보궐선거 참패 후 윤 대통령은 주변에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민의힘으로 안되겠다 싶으면 윤 대통령은 뭐라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신당설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스라엘 극우의 무모한 상상, 바이든의 결정적 실수
- "10.26을 기념일로..." 한 고등학생의 새롭고 놀라운 제안
-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특별한 길, 왜 미완성이냐 하면
- 여름내 농사 짓고 김장까지 하고 떠나는 캐나다 청년
- 황당한 이유로 문제적 기업 이름 숨기는 정부, 소송합니다
- 대학생 자녀를 둔 엄마가 읽은 '에타' 삭제 글
- 국힘만 있는 서울시의회 인권특위, 기본조례 위반?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분출 사고... 작업자 피폭 가능성
- '강남 납치살해' 배후 부부, 살인죄 무죄... 유족 "돈있으면 사람 죽이나"
- '60년 영화관' 천장에 오른 60대 시민... "이곳을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