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의장에 ‘親트럼프’ 존슨 선출…22일 만에 의회 정상화
미국 하원이 ‘친(親)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마이크 존슨 의원을 새 하원의장으로 선출했다. 하원의장은 미국 권력서열 3위 자리로, 이달 초 공화당 출신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이 당내 강경파에 의해 해임된 지 22일 만에 의회 마비 사태를 마무리했다.
미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존슨 의원은 25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429명 가운데 공화당 소속 의원 220명 전원의 지지를 받아 과반(217표) 득표에 성공하며 하원의장에 올랐다. 재석한 민주당 의원 209명 전원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에 투표했다.
앞서 미 하원은 지난 3일 매카시 전 의장이 미 연방정부 업무 정지(셧다운)를 피하기 위해 임시 예산안을 처리한 것에 반발해 공화당 강경파의 주도와 민주당의 가세로 의장 해임결의안을 처리했다. 하원은 이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요청한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긴급 안보 예산을 조속히 심의·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연방정부 셧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달 중순 임시 예산 기한이 종료되기 전에 내년도 예산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존슨 신임 의장은 취임 연설에서 “의회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우리는 이 무너진 신뢰를 재건해야 하는 도전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위태로운 시간에 서 있으며, 위험에 빠진 세계는 강력한 미국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는 자유의 횃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동에서 우리의 위대한 동맹이 공격받고 있다”면서 “내가 잠시 후 상정할 첫 번째 법안은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일부 이슬람 국가 출신자들의 이민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을 때 지지를 표명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으로, 당내에선 대표적인 친트럼프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력에도 동참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나는 이기는 후보 마이크 존슨과 함께 가길 강력하게 제안한다”는 글을 올리며 존슨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데 이어, 선출 직후에는 “그는 위대한 의장이 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변호사 출신인 존슨 의장은 2015~2017년 루이지애나 주 하원의원을 거쳐 2017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임 중이다. 하원 진출 이후 주요 보직을 맡은 경력이 없어 하원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지적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존슨 의장의 선출 소식을 “잘 알려지지 않은 존슨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0년 대선 결과 인준에 반대했고 낙태와 우크라이나 원조에도 반대표를 던진 인물이며, 성 소수자 규제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경 친트럼프 의원인 그에 대한 당내 온건파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선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도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당 의원에 대한 비난과 폭력적인 위협이 난무하는 ‘잔인한 내분’에 지친 당내 강경파와 주류 공화당원이 존슨을 당선시키로 합의를 본 것”이라며 “(전임 후보가) 잇따라 낙마하지 않았다면 존슨은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의장으로 선출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매카시 전 의장 해임 이후 후임 의장 선출에 나섰던 공화당은 첫 번째 후보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를 선출했지만, 당내 반대파의 저항으로 후보를 유지하지 못했다. 두 번째 후보로 선출한 짐 조던 법제사법위원장은 세 차례의 본회의 표결에도 반대표를 넘어서지 못해 결국 후보에서 물러났다. 세 번째 후보였던 톰 에머 원내수석부대표도 당내 초강경파 20여명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해 본회의에서 선출투표를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후보 지명 4시간 만에 사퇴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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