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만에 드디어...美하원의장에 '親트럼프' 존슨(종합)

뉴욕=조슬기나 2023. 10. 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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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해임사태로 3주가량 공석이었던 미국 하원의장에 공화당 소속 '친(親)트럼프' 인사인 마이크 존슨 의원이 선출됐다.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의장 해임부터 선출까지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사실상 이번 사태의 최후 승자는 '트럼프 세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하원은 25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제56대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공화당의 존슨 후보가 공화당 소속 의원 전원인 220명의 지지를 얻어 과반(217표) 이상을 득표했다.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209표를 받았다.

이로써 하원은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이후 하원의장 공백으로 인한 파행을 끝내고 22일만에 정상화됐다. 현재 하원에서 공화당의 의석은 민주당보다 근소하게 우위라 이탈표를 4표 내로 최소화해야만 의장 당선이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공화당 내 분열이 이어지면서 앞서 후보직에 올랐던 3인은 연거푸 고배를 마셨었다.

존슨 의장은 취임 연설에서 "의회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이 무너진 신뢰를 재건해야 하는 도전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험에 빠진 세계는 강력한 미국을 필요로 한다"면서 "내가 상정할 첫 법안은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슨 의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루이지애나주 하원의원을 거쳐 2017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임 중이다. 낙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강경 보수 성향의 친 트럼프 인사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가장 앞장섰던 인물로도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투표에 앞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기는 후보 마이크 존슨과 함께 가길 강력하게 제안한다"며 그를 향한 지지를 표했었다.

다만 정치 경력이 짧고 하원 내에서 상임위 위원장이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자리를 역임한 경험이 없어 미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감으로는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당내 분열로 3명의 공화당 후보가 연이어 낙마한 초유의 사태가 아니었다면 그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의장이 될 확률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앞서 공화당 의장 후보로 올랐던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 극우 세력의 지지를 받았던 짐 조던 법사위원장, 톰 에머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내 분열로 인해 고배를 마셨었다.

현지에서는 결국 공화당 강경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상 초유의 의장 해임사태를 촉발한 매카시 전 의장 해임안을 발의한 인물부터 당내 대표적 초강경파인 맷 게이츠 의원이다. 또한 강경파 의원들은 신임 의장을 뽑는 과정에서도 똘똘 뭉쳐 흐름을 주도해 나갔다. 하원 구조 상 당내 이탈표가 5표만 넘어도 의장 선출이 어려운 탓에 초강경파 20명이 가진 힘이 특히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NYT는 "결국 공화당 강경파들이 그들의 지지자를 얻었다"면서 "존슨 의장은 공화당 강경파가 정말 원했던 인물(짐 조던)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는 극우가 받아들일 수 있는 두번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에머 부대표는 강경파의 반발로 '본선'인 본회의 투표 단계까지도 가지 못한채 사퇴했다. 극우 성향이 지나치게 짙은 조던 위원장이 세 차례 투표에도 중도파 표심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존슨 의장이 대안이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존재감도 명확히 확인됐다.

의장 공백에 따른 마비사태가 끝나면서 하원에는 당장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의회에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긴급 안보예산을 각각 요청한 상태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지난달 30일 처리한 임시예산안의 시한(11월17일)도 다가오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전임인 매카시를 괴롭혔던 수많은 도전에 즉각 직면하게 된다"면서 존슨 의장은 앞으로 하원의장으로서 당내 분열이 깊은 임시예산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안 등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국정의제 역시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원 군사위 위원인 존슨 의장은 그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를 표해왔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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