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6080 활력회복 '찾아가는 PT'...잼잼부터 맨몸운동까지

박유진 2023. 10. 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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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리무빙컴퍼니 대표

"병뚜껑 따다가 손목 다치는 게 80대입니다. 저희와 다시 '잼잼'부터 시작하시면 돼요. 꾸준히만 하다 보면, 아무리 노화한 신체라도 생각보다 많이 좋아집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리무빙 압구정본점에서 만난 이현수 리무빙컴퍼니 대표(36)는 시니어를 겨냥한 프리미엄 PT(퍼스널트레이닝) 시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2년가량 고객관리·트레이닝을 도맡으며 프리미엄 서비스를 원하는 다양한 고객을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창업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압구정본점에는 시니어들이 맨몸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운동 촬영을 통해 관절 기능을 분석해주는 분석기도 놓여있었다. 이 대표는 "수능과 대학시험이 다르듯, 젊은 사람과 노년층의 운동 방식도 달라야 한다"며 "시니어 맞춤형 운동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노화에 따른 개인 의료비용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수 리무빙컴퍼니 대표가 17일 서울 강남구 리무빙컴퍼니에서 리무빙 분석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리무빙컴퍼니의 사업모델을 소개해달라.

▲먼저 시니어 운동 서비스가 있다. 시니어 고객과 운동지도사가 짝을 이루는 ‘리무빙 인 홈’과 ‘리무빙 라운지’ 서비스다. 리무빙 인 홈은 운동지도사가 고객의 집을 방문해 맨몸 운동을 돕는 서비스고, 리무빙 라운지는 고객이 찾아오는 시니어 전문 PT샵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수업을 하면 1주일에 한 번씩 건강 파트너가 '안부콜'을 해서 건강 습관을 관리한다. 식사는 했는지, 물은 얼마나 마셨는지, 운동지도사들이 내준 운동 숙제는 얼마나 했는지 확인하고 조언해주는 절차다.

제품으로는 고객의 신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리무빙 분석기’를 최근 개발했다. 이 분석기는 시니어 운동지도사들이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지난해 특허출원을 마쳤고, 실버타운이나 복지관, 보건소 등 B2B·B2G로 판로를 개척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 고도화는 계속 진행 중이고, 현재 강남구청과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분석기의 기능이 궁금하다.

▲분석기에 달린 카메라가 고객이 운동하는 모습을 찍으면, 인공지능이 8가지 동작의 움직임을 캐치해 근육과 관절의 활성도를 부위별로 분석한다. 부위별로 1~10점까지 점수를 매겨 기능 상태를 '낮음', '양호' 등으로 나눈다. 그리고 부위별 기능 수준에 따라 맞춤 운동 영상 콘텐츠까지 제공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기 몸에서 목, 어깨, 골반 등 어떤 부위가 기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점수제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창업 전에 무슨 일을 했나. 왜 창업했는지 궁금하다.

▲스포츠 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일했다. 신라호텔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도 일했고,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연구원으로도 지냈다. 서울대에서 스포츠 관련 전공 석사를 마쳤으며, 그때 공공체육시설 플랫폼을 창업하기도 했다. 석사 시절에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 있어야 운동을 많이 할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하다 보니 물리적 접근성은 좋은데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고객과 닿아있는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고, 팬데믹 시기에 카이스트에서 사회적기업가 MBA(경영대학원) 과정에 등록했다.

-시니어를 타기팅한 이유는 뭔지.

▲코로나 상황에서 제일 건강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누구일지 생각했는데, 건강 약자인 장애인과 시니어로 좁혀졌다. 두 고객군의 공통점은 섬세한 케어가 필요하고 신뢰에 기반한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장애인은 커뮤니티의 범위가 넓었고, 시니어는 근방에 있는 다른 시니어와 친하더라. 지리적 접근성이 중요한 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시니어를 공략하는 게 답이라고 판단했다.

-이용자 현황은 어떻게 되나.

▲리무빙 라운지에는 60·70대 분들이 많이 온다. 혼자 움직이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꾸준히 관리받고 싶은 분들 위주로 온다. 1대1 운동도 있고 그룹 수업도 있다. 시니어 전문이긴 하지만, 더 젊은 사람들도 있다. 요즘 근육·관절 노화가 젊은이들에게서도 나타나지 않나.

리무빙 인 홈 서비스는 70대 후반 이상 분들이 찾는다. 직접 찾기보다는 자녀분들이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어떤 고객은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받으며 3개월가량 누워있으면서 보행이 많이 힘들어졌다면서 연락이 왔다. 화장실에 가야 할 때도 부축을 받아야 하니 아들 내외에게 미안한 마음에 목이 말라도 물을 잘 안 마셨다고 하더라. 아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속상한 마음에 급히 리무빙 인 홈 서비스를 찾았다. 1주일에 1번, 1년 정도 우리 서비스를 받은 어르신은 이제 지팡이를 짚고 혼자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삶의 질 자체가 많이 높아졌다는 피드백이 오더라. 서비스 이용자는 현재 각각 30여명이다.

-리무빙컴퍼니의 장단기 목표가 궁금하다.

▲일단 올해 매출이 3억원 정도 나올 예정이라, 내년 목표는 그 3배가 넘는 10억원을 달성하는 거다. 시드 투자 유치 계획도 있다. 매출로 차근차근 승부를 볼 수도 있지만, 분석기 기술 고도화도 필요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면 사람과 자원을 모아놓는 게 맞겠다.

-최근에 본점을 개소했는데, 2호점 계획도 있나.

▲2호점도 이 근처에 내년 상반기 정도 열려고 한다. 1호점인 본점이 맨몸 운동 기반 센터라면, 2호점은 맨몸 운동 다음 단계로 높은 난이도의 동작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곳이 될 거다. PT샵처럼 웨이트트레이닝 같은 운동을 할 수 있는 지점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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